[르포] "10년 직장 다니며 모은 첫 가게가"…잿더미 된 '속초 청년몰'
중기부 청년몰 공모사업 통해 입주한 35세 전후 '쳥년상인'
첫 창업 대부분 "애착 많았는데"…건물 데크서 발화 추정
- 윤왕근 기자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10년 동안 직장 다니며 모아 차린 가게인데, 하룻밤 사이에…"
15일 오전 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강원 속초 청년몰 '갯배St'. 본격 행락철을 맞아 아침장사 준비로 분주해야 할 청년몰은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에는 검게 그을린 뼈대와 엿가락처럼 휜 철골 구조물만이 남아 있었다. 손님들이 앉아 간식과 커피를 즐겨야 할 야외 테라스 의자와 데크도 모두 불에 타버렸다.
때 아닌 화마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청년상인들은 잿더미로 변한 점포를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 상인은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아 눈시울을 붉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해당 청년몰 입주 상인으로 구성된 갯배스트청년협동조합 박현수 조합장도 이번 화재로 운영하던 카페가 모두 타버렸다.
박현수 조합장은 "10년 동안 직장을 다니며 수천만원을 모아 청년몰에 카페를 차렸다"며 "하루 아침에 영업장을 잃게 돼 황망하다"고 말했다.
박 조합장을 비롯해 해당 청년몰에 입주해 있는 상인들의 평균 나이는 35세 전후로, 중소벤처기업부 청년몰 공모사업을 통해 2020년 즈음부터 들어온 '청년상인'들이다.
이들 청년 상인들은 면적 2245㎡, 2층 규모의 피해건물에서 카페나 푸드코너, 공방 등을 운영하며 청년사업가로의 성공을 꿈꿔왔다.
그러나 장사를 시작하자마자 사상 유례없는 전염병 사태가 터져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길고 긴 코로나 터널이 끝을 보이면서 청년상인들은 엔데믹 후 첫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다시 힘을 내려던 찰나에 난데없는 화마가 덮친 것이다.
박 조합장은 "한달 벌어 한달을 겨우 사는 상인들이 많아 당장 생계를 막막해 한다"며 "대부분 첫 창업인 분들이 많아 애착도 많았는데 이렇게 돼 황망해한다"고 전했다.
입주 상인들은 이날 오전 이병선 속초시장과 만나 고충을 토로하기 했다.
박 조합장은 "빨리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대체 영업장 마련 부분 등을 시와 논의 했다"며 "시에서 최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해주겠다고 해서,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불길이 잡힌 이날 오전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화재대응조사과와 경찰,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은 합동으로 밤 사이 발생한 속초 청년몰 화재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감식은 면적 2245㎡, 2층 규모의 피해건물을 경찰과 소방, 전기안전공사 감식요원들이 3구역으로 나눠 진행됐다.
감식반은 특히 갯배 선착장 인근 해안과 맞닿아 있는 피해건물 데크 쪽을 집중 수색하며 증거품을 찾는데 주력했다. 인근 CCTV 확인결과 최초 발화지점이 청년몰 건물 앞 데크인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도소방본부 화재대응조사과 조사분석팀 박정훈 소방경은 "CCTV 확인 결과 최초발화 지점은 청년몰 앞 데크 부분으로 추정된다"며 "감식반이 구획을 나눠 증거물을 수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청년몰 건물 화재는 전날 오후 10시34분쯤 발생했다. 최초 신고 접수를 받은 소방당국 등은 197명의 진화인력과 31대의 장비를 투입해 진화작업을 펼쳤다.
불은 자정을 넘겨 15일 오전 2시20분쯤 진화됐다. 화재 발생 당시 해당 청년몰은 휴무일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년몰에 입점한 20개여개 점포를 비롯한 2245㎡, 2층 규모의 해당 건물이 전소되는 재산피해가 났다.
화재 피해를 입은 건물은 속초시 소유로, 옛 수협 건물을 리모델링해 2020년부터 청년몰로 운영돼 왔다. 건물은 지방재정공제회 공제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년몰 내 20개 점포 중 카페, 공방, 푸드코너 등 14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고, 나머지 점포 6개는 공실인 상태다.
한편 속초시는 청년몰 건물 화재피해 수습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속초시는 이날 오전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이병선 시장 주재로 관련 부서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피해 상인 지원방안, 유관기관 조사 협조방안, 복구를 위한 국비예산 확보방안 등이 논의됐다.
속초시 관계자는 “유관기관 합동으로 구성된 수습대책본부를 구성, 피해 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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