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낮 음주단속 10분만에 '삐'…알코올 냄새 '진동'
춘천 학교 밀집 지역, 오전 스쿨존 음주운전 단속 현장 가보니
- 한귀섭 기자
(춘천=뉴스1) 한귀섭 기자 = “후 세게 불어주세요”
20일 오전 10시 강원 춘천시 남춘천초 인근 도로. 춘천경찰서 교통경찰관 직원 5명이 도로에 안전경고등을 간격에 맞춰 세웠다.
이곳은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하는 데다 인근에 아파트도 밀집해 있어 자칫 음주 사고라도 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자 춘천경찰서에서도 오전과 낮에 불시 음주 단속에 나서고 있다.
경찰관들은 먼저 음주감지기로 측정해 양성이 나오면 음주측정기로 재검사해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앞선 지난 2020년부터 새롭게 도입된 흡입식 음주 감지기는 호흡에서 알코올 성분이 감지되면 적색등이, 감지되지 않으면 청색등이 들어온다.
경찰관들은 왕복 2차선 도로뿐 아니라 골목에도 각각 한 명씩 배치돼 혹시 빠져나가는 차들을 원천 봉쇄했다. 특히 이날 이륜차(오토바이) 운전자들도 음주 측정의 대상이 됐다.
10분쯤 지나자 한 차량에서 음주 측정을 위해 문을 열자 알코올 냄새가 진동했다. 경찰은 해당 음주감지기를 갖다대며 여성 운전자에게 ‘후’ 세게 불어보라고 하자 양성이 나왔다. 다만 해당 여성운전자는 전날 차에 놓고 내린 술빵으로 인한 해프닝으로 정리됐다.
시민들은 오전 음주단속이 신기한지, 멀리서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사진을 찍었다. 바로 옆 중학교에서는 쉬는시간을 맞은 학생들이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경찰관 아저씨들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1시간쯤 지나자 30대 남성이 음주감지기에서 음주로 감지돼 차에서 내렸다. 이 남성은 전날 오후 10시쯤 소주 한 병을 마신 뒤 방금 운전대를 잡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곧장 입으로 부는 음주측정기로 확인한 결과 전혀 음주가 감지되지 않았다. 이 남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떠났다. 이후 경찰관들은 30분간 음주단속을 더 진행했으나, 다행히 음주한 시민은 없었다.
한편 강원경찰청은 이달 중순부터 24시간 음주운전 단속 체계로 전환했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3월 말 기준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2020년 904건, 2021년 812건, 2022년 924건, 2023년 1071건 등이다.
춘천경찰서 관계자는 “알코올 성분이 들어간 방향제, 구강청결제 등으로 일시적으로 음주감지기를 갖다대면 양성이 나오기도 하지만, 차에서 나와 입을 헹구고 다시 재면 음성으로 나와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며 “실제로 술을 마셨다면 물을 마시더라도 양성이 나온다. 절대 음주를 한 뒤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han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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