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지나간 강릉…피해규모 '눈덩이'·원인규명은 '속도'

건물피해 154동으로 늘어…'도심형 산불'로 역대급 산불피해
감식 통해 당초 추정 '쓰러진 나무에 의한 전선 단락'에 무게

12일 오전 강원 강릉시 저동골길 펜션단지가 전날 발생한 강릉 산불 화재로 전소돼 있다. 2023.4.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강릉 일대를 잿더미로 만든 화마(火魔)가 지나간 지 나흘째, 건축물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번 산불은 기존 산불과 달리 동해안 대표 관광지를 휩쓴 '도심형 산불'로 주택과 펜션 등 많은 건축물이 불탔고 다수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자체 파악 규모 외에도 피해주민들의 피해 접수가 시작되면서 역대 산불 중 사상 최대 규모의 피해가 예상되는 한편 산불 원인 규명에 속도가 나고 있다.

강릉시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6시 기준 주택 77동 등 154동의 건축물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전파는 116동, 반파 18동, 부분 파손 20동 등이다. 이는 이날 오전까지 집계된 건축물 피해 규모(100동)보다 약 50여동 늘어난 규모다.

공공시설은 경포해수욕장(샤워장·포토존 등)을 비롯 5곳이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고, 일대 산림 179㏊가 소실됐다. 상수도 67곳, 급수관 268m도 망가졌다.

인명 피해는 경상 1명이 추가돼, 사망 1명을 비롯해 19명으로 늘었다.

이번 산불로 강릉지역 농가 60곳이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농막 21동이 불에 탔고, 비닐하우스가 20동 등이 훼손됐다.

농기계 19대가 불에 소실됐고, 7.8㏊에 이르는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또 닭 174마리, 꿀벌 333군 등이 불에 소실됐다.

이번 산불로 이재민 333명이 발생, 강릉아레나에 마련된 텐트 157동에서 임시 거주하고 있다.

12일 오전 강원 강릉시 저동골길 펜션단지에 강릉 산불로 펜션과 자량이 전소돼 있다. 2023.4.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강릉은 지난해 3월 등 여러차례 대형산불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에는 산림 위주 피해가 컸던 반면 이번에는 불길이 대표 관광지인 경포도립공원 일대를 휩쓸면서 피해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측면이 있다.

강릉시는 이번 산불을 '도심형 산불'로 규정하고 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이번 산불은 기존 산불과 달리 도심형 산불로 건물이 많이 타 피해액이 크고, 이재민도 많이 발생했다"며 "이에 기존 산불과 달리 긴급복구비용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 정부에 특별지원금 150억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피해규모가 드러나고 복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봄 행락철과 여름철 성수기를 앞둔 관광지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강릉 여행가는데 괜찮을까요', '산불 영향 있을까요', '강릉 여행 취소해야 하나요'라는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 이번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지않은 숙박시설에도 예약 취소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시작되고 있다.

이에 강릉지역 상인들은 강릉으로 여행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준비하는 한편 "강릉에 놀러와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강릉시소상공인연합회는 다음주 쯤 관광진흥협회 등과 서울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강릉 여행 홍보전을 계획하고 있다.

심훈섭 강릉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이번 산불로 관광을 계획하신 분들을 포함해 지역 소상공인 등 상권의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산불로 인해 많은 관광객들이 미안한 마음으로 강릉을 찾지 않을 염려가 굉장히 크다"고 우려했다.

심훈섭 회장은 "강릉을 찾는 것이 또 다른 자원봉사라는 점을 강조해, 올 휴가철에도 언제나 그랬듯 강릉에서 좋은 추억을 쌓고 가시라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11일 08시 30분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의 원인을 강풍으로 나무가 쓰러지면서 전선을 덮쳐 단선되어 불꽃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강원 강릉시 난곡동 일원의 강풍에 쓰러진 나무. (산림청 제공) 2023.4.11/뉴스1

다만 산불 원인 규명에는 속도가 나고 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림청 등은 지난 11~12일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강릉시 난곡동 일대 한 사유림에서 감식을 벌였다.

감식에서 관계자들은 전선 단선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부러진 나무와 전선 부위 등을 면밀히 살피고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데 주력했다.

경찰 등은 이번 감식에서 당초 원인으로 추정된 '쓰러진 나무에 의한 전선 단선'에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감식을 통해 수집한 증거물을 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다.

이번 산불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80대 주민에 대한 부검도 진행됐다.

시신이 발견된 주택에 거주하는 88세 남성 A씨로 알려진 가운데, 경찰은 부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원을 특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부검결과는 1개월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불은 지난 11일 오전 8시 22분쯤 강릉 난곡동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불은 8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4시30분쯤 진압됐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