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12시 점심시간인데 지나다니는 사람들 없어…'유령도시'된 양구[지방소멸은 없다]
군부대 철수로 지역경제 큰 타격…경제손실도 눈덩이
스포츠 마케팅,귀농·귀촌 사업등 으로 활로 모색 '안간힘'
- 한귀섭 기자, 이종재 기자
(양구=뉴스1) 한귀섭 이종재 기자 = “하나둘씩 떠나더니 이젠 빈집도 많아지고…곧 마을이 사라질 것 같아.”
인구 2만1000명대 수준인 강원 양구군에서도 가장 작은 마을인 해안면 오유2리에서 만난 민영례 할머니(72)가 착잡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이 마을에는 100명 남짓한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 50년 가까이 이 마을에 살았다는 그는 “젊은이들이 하나둘 떠나더니 이제는 노인들만 남아있다”며 “여느 시골마을처럼 노인들만 남아있고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마을이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 마을을 찾은 지 30여분이 지났지만 개 짖는 소리만 간간이 들리고 인기척은 없었다. 사방이 너무나도 조용했다. 시골길을 따라가다보니 마을회관이 보였다. 회관 안에는 70‧80대 노인들이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장금화씨(78‧여)는 “예전에는 시래기 농사 규모만 수만 평에 달했는데, 2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몸도 좋지 않아 손을 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마을을 찾는 사람도 없어 농사를 맡길 사람 구하기도 쉽지가 않다”고 하소연했다.
양구 시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2월24일 낮 12시쯤 찾은 양구군 양구읍 시내. 이곳에는 군청과 교육지원청, 경찰서 등 공공기관이 밀집해있는데도 불구하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정부의 국방개혁 2.0 추진으로 지역내 군부대(2사단)가 해체되면서 5600여명의 군인이 양구를 떠났다. 이는 군인 손님들에게 의존했던 지역 상권의 타격으로 이어졌다. 부대 철수에 따라 면회객마저 줄어들다보니 상당수 점포는 문을 닫는 등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연간 930억원대 규모로 양구군은 추산하고 있다.
시내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10년째 운영 중인 이모씨(61)는 “가뜩이나 인구가 적은 도시인데 군부대까지 빠지면서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며 “거기에 공무원들 대다수도 춘천에서 출퇴근하고 있어 저녁시간대는 사실상 휴업상태다. 유령도시나 다름없다. 양구가 이정도로 인구가 없다”고 토로했다.
도내 접경지역 중 한 곳인 양구지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뿐만 아니라 군부대 해체까지 추진되면서 '지역 소멸론'이 확산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K지방소멸지수' 자료에 따르면 양구군은 소멸우려지역에 해당한다.
양구지역 인구는 해마다 줄어들면서 지난해 말 기준 2만1383명으로, 2만명대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양구군 인구는 2015년 2만4089명, 2017년 2만3835명, 2019년 2만2764명, 2021년 2만1383명 등으로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붕괴된 지역경제 회복은 물론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양구군도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 하나인 ‘스포츠 마케팅’은 양구군의 주력사업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군은 농업과 군인의 소비에만 의존하는 산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포츠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군은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테니스, 축구 등 18개 종목 108개 대회, 역도 등 10개 종목 77개 전지훈련팀을 유치했다. 양구 인구의 10배가 넘는 26만명의 선수와 임원진이 양구를 찾았고, 이를 통해 얻은 경제효과는 186억원에 이른다.
이와함께 지방소멸 위기를 돌파하고자 귀농‧귀촌 관련 사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구지역에는 지난해 20여명이 귀농하는 등 귀농‧귀촌을 통한 인구 유입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군은 귀농‧귀촌인들의 소득 안정과 정착률 향상을 위해 국토정중앙면 청리에 친환경농업 홍보관을 건립, 올해 6월부터 운영한다.
생활인구 유입을 위한 지역브랜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은 브랜드 개발용역을 통해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도록 양구군의 이미지와 정보를 담은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양구의 관광‧자원‧문화 등을 적극 홍보한다. 새로운 인구 모델인 생활인구는 조사 시점에 개인이 위치한 지역을 기반으로 집계된 지역에 거주하거나 출퇴근, 관광, 의료, 등하교 등의 목적으로 지역을 찾는 인구를 모두 포함한다.
조인선 군 인구정책팀장은 “급격한 인구감소를 보이고 있는 양구지역 경제 침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브랜드 개발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사업을 통해 군민들의 자긍심을 향상시키고, 양구에 관심을 갖고 방문할 수 있는 생활인구 확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an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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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영 사라져 없어지는 것. '소멸'이라는 말의 의미가 이토록 무섭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를 힘 모아 풀어나가야할 때입니다. 그 현실과 고민을 함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