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백수 때 진정한 친구 얻었죠…내가 태극기? 많이 바뀌었죠"

[뉴스1인터뷰] 김진태 강원도지사
검사 전성시대? "자신이 검사였다는 사실을 잊어라"

김진태 강원지사가 17일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강원도 제공) 2023.2.17/뉴스1

(춘천=뉴스1) 홍기삼 이종재 윤왕근 한귀섭 기자 = 김진태(58) 강원도지사는 '논란의 인물'이었다. '보수의 아이콘'을 자처하며 말 한마디에 정국을 폭풍 한가운데로 몰아넣은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7월부터 강원도를 책임지는 행정가가 됐다.

17일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강원도청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의외로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다. 그도 세월을 겪었던 것일까.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20대 국회의원으로 잘 나가던 그는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패해 낙선했다.

"(낙선 이후) 백수 생활을 해봤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도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 많지, 여유도 좀 있으니까 그때는 백수인데도 골프도 좀 치고 그랬어요. 2년 넘게 백수 생활을 했는데 처음 1년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놀다가 후반에는 도정을 좀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백수 생활을 하는 그 시기에 '진정한 친구'를 얻었다고 했다. 김 지사는 "힘들 때도 변함없이 옆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있더라고요. 곁에 있는 진정한 친구들 덕분에 다시한번 힘을 낼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한때 소위 '태극기 성향'으로 여겨졌던 그에게 지금은 어떠한 지 물었다.

"많이 바뀌었다. 지난 대선 당시 태극기 세력이 윤석열 정권창출에 기여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나를 찾아왔을 때 상당수 태극기들이 (나를) 떠나갔다. 공천과정에서 도움을 줬던 당패표로서 인간적인 관계때문이었는데... 그런 것 때문에 갑자기 비난하고 하는 것이 조금 많이 속이 상했다."

낙선 이후에는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지며 '강원도정을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도지사가 된 이후에도 한차례 큰 고비를 맞기도 했다. 이른바 현재진행형인 '레고랜드' 사태다.

그는 "지난해 2050억원 채무는 다 갚았고, 동부건설에 기반시설 공사비 135억원도 모두 납부했다. 강원중도개발공사(GJC) 경영진을 교체해 김준우 신임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경영 정상화에 노력하고 있다"라며 "궁극적으로 강원도가 대신 변제한 2050억원을 GJC가 최대한 갚을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김 지사는 검사 출신이다. 서울중앙지검, 춘천지검 부장검사를 거치고 원주지청장이 마지막 보직이었다. 윤석열 정부들어 검사 후배들이 전방위로 진출하고 있는 '검사전성시대' 상황을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검사 티를 빨리 벗어야 한다. 범죄를 척결하려는 그런 마인드를 갖고 정치를 하면 굉장히 힘들거다. 자신이 검사를 했다는 것을 거의 잊어버릴 정도로 해야 한다. 하는 영역이 완전히 다르다"고 충고했다.

'윤석열 정부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보수 중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좀 나뉘는 경향이 있는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해보라"는 말로 대신했다.

오는 6월 강원도는 628년 만에 ‘강원특별자치도’라는 새 이름을 얻는다. 초대 강원특별자치도지사를 맡게 될 김 지사에게 지난해는 '준비'의 해였고, 올해는 '시작'의 해다.

'정치와 행정, 둘 다 해보니 어떠신가요?'라는 질문에 그는 "아무래도 행정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책임도 크고 안 먹어도 될 욕을 먹어야 해서 만만치가 않다"고 웃어 넘겼다.

김 지사는 "강원도민들은 6월에 출범할 강원특별자치도에 대한 기대가 정말 크다. 그동안 우리가 희생하고 양보했던 것을 이제는 좀 당당하게 찾아야 될 때가 됐다"며 "강원특별자치도라는 취지에 걸맞은 권한을 확보해 대한민국 자치 분권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는 6월11일 0시를 기해 강원도는 '강원특별자치도'라는 새 이름을 얻는다. 강원도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1395년 이후 628년 만이다. 그동안 각종 규제로 인해 희생을 강요받던 강원도에 특별한 권한과 고도의 자치권이 생기는 것이다.

강원도는 강원특별자치도의 비전을 '신경제 국제도시'로 설정했다. 이와함께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을 통해 강원도는 대한민국 자치분권의 새로운 기준이 될 '강원형 자치분권' 선도 모델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17일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강원도 제공) 2023.2.17/뉴스1

다음은 일문일답.

-8기 강원도정 출범 후 성과는.

▶벼농사로 치면 2022년은 ‘논갈기’의 해로, 농사를 준비하는 해였고, 2023년은 씨앗을 뿌려서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는 ‘파종’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즉, 지난해는 ‘준비’의 해였고, 올해는 ‘시작’의 해다. 도정에 변화가 시작됐다. 빚을 갚은 것도 큰 성과다. ‘부채를 갚겠다’ 선언하고, 취임 6개월 만에 3000억원을 갚았다. 4년 임기 내 빚의 60%를 갚겠다고 했는데 목표량의 절반을 이미 갚았다. 특히 올해는 강원특별자치도 성공적 출범, 국비 9조 시대, 반도체 교육센터 등 더 많은 성과를 보여드릴 것이다.

-취임 후 레고랜드 사태 등 많은 일이 있었는데.

▶레고랜드는 전임 도정으로부터 인수받은 큰 짐이다. 이미 계약을 다 맺어놨고, 지금은 문을 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2050억원 채무는 다 갚았고, 동부건설에 기반시설 공사비 135억원도 모두 납부했다. 강원중도개발공사(GJC) 경영진을 교체해 김준우 신임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경영 정상화에 노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강원도가 대신 변제한 2050억원을 GJC가 최대한 갚을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레고랜드는 레고랜드이고, 허허벌판으로 남아있는 레고랜드 바깥 하중도를 매력적인 관광자원으로 만들기 위한 ‘하중도 관광지 조성사업’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겠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의미는.

▶강원특별자치도는 ‘규제개혁’과 ‘분권’, 이 2개의 바퀴로 굴러갈 것이다. 또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지역에 대해 더 잘 알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권한을 이양 받으면 지역발전도 더 잘 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하면 잘 되고, 지자체가 하면 신뢰할 수 없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6월11일 빈껍데기 상태로 특별자치도가 출범해선 안된다. 4월 국회에서 반드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강원도특별자치도법을 통한 과감한 규제혁신으로 강원도를 미래산업 글로벌도시로 만들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겠다. 지난 2월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특별자치도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도 확인했다.

-삼성반도체 원주유치, 한국은행 본점 춘천유치 등 공약, 현재 진행상황은.

▶대기업 공장 하나만 덜렁 들어온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게 아니라,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체가 만들어져야 일자리가 생긴다. 도에서는 △반도체산업 인재 1만 양성 △원주지역 내 경쟁력 있는 산업단지 조성 △반도체 기업 타겟 마케팅으로 기업투자유치전략 마련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한국은행 등 공공기관 춘천 유치와 관련해서는,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확인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수도권과의 접근성에서 확실한 경쟁우위가 있는 만큼, 공공기관 이전 대상이 확정되면 기관별 맞춤 전략을 면밀하게 준비하겠다.

-강원도청 신청자 부지가 최종 확정됐다. 선정 부지와 탈락 후보지 활용 방안은.

▶강원도청 신청사는 강원특별자치시대의 출발점이다. 도정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신청사 건립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 도청 신청사 부지로 최종 확정된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 일원에 100만㎡ 규모의 행정복합타운을 조성해 고은리를 춘천시와 강원도 발전의 중요한 거점지로 만들겠다. 이외에도 유치가 유력했던 다른 지역 등 춘천시 어느 한곳도 ‘소외된다’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고른 지역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 현 청사는 도민의 역사‧문화 공간, 구 농업기술원은 교육문화 복합타운, 구 캠프페이지는 춘천시민의 휴식처이자 신성장 거점으로 만들겠다. 이제는 오랜 논란과 갈등을 종식시키고 강원도 전체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

-김 지사가 생각하는 강원도의 비전은.

▶다가오는 6월이면 강원도가 ‘강원특별자치도’라는 이름표를 달고 새롭게 출발한다.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통제의 시대’를 끝내고, 강원도민 스스로 강원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자율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지난달 귀국한 우리 자랑스러운 평창 출신의 김영미 대장은 탐험 중에 “나는 선배들이 걸어간 길을 뒤따라가는 정도다. 나는 그저 나의 길을 갈 뿐”이라고 했다.

이는 스스로 도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그냥 묵묵히 내 갈 길을 걸었더니 위대한 도전에 성공했다는 뜻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도 그저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어가다 보면 ‘인구 200만, 지역내총생산 1조, 사통팔달 수도권 강원시대’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김진태 강원지사.(강원도 제공)/뉴스1

◆프로필

△춘천 성수고 △서울대 공법학과 졸업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1989년 사법연수원 18기 수료 △2003년 춘천지방검찰청 부장검사 △2006년 대검찰청 조직범죄과 △2007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 △2008년 제41대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장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2021년 국민의힘 국민검증특별위원회 위원장 △2022년 제39대 강원도 도지사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