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스토킹 감금에 성폭력·상해·건물주 살인까지…40대 감형 왜

재판부, 1심 무기징역→항소심 징역 30년 선고
항소심 재판부 "피고인 반성·우발적 살인 범행·교화 가능성 등 고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춘천·원주=뉴스1) 신관호 기자 = 출소 1년여 후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알게 된 연상 여성에 대한 한 남성의 지나친 관심과 행동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숨지게 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강도치상죄로 복역 후 2020년 여름 출소한 A씨(41·남)는 지난해 11월 한 채팅 앱을 통해 B씨(43·여)를 알게 됐다. 약 3일간 연락을 주고받다가 그해 11월 6일 A씨와 B씨는 처음 만났다.

이후 A씨는 B씨의 집에서 함께 살길 희망했으나, B씨는 거절하면서 더 이상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A씨로부터의 전화연결과 메신저도 차단했다.

그러나 B씨는 A씨를 피하지 못했다. 첫 만남 후 일주일 지난 12일 오후 7시 47분쯤 B씨(43)의 직장 앞에 A씨가 찾아왔다. A씨는 그 직장 대표전화로 연락도 했다. 나올 때까지 버스정류장에서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겼고, B씨의 거부의사에도 A씨는 기다렸다.

그 뒤 며칠이 흐른 14일 0시쯤 B씨는 강원 원주시 자신의 집에서 A씨에게 수차례 맞아 상해를 입었다. A씨에게 ‘집주인처럼 행동하면서 명령조로 말한다’고 항의하다 벌어진 사건이다.

놀란 B씨는 A씨에게 신고하지 않겠다면서 퇴거를 요청했지만, 사건은 더 커졌다. A씨는 그 집 화장실로 향한 B씨에게 흉기를 들고 따라갔고, 변기에 앉은 B씨에게 흉기를 들이대고 ‘같이 죽자’고 협박했다.

그날 새벽 A씨의 범행은 계속됐다. A씨는 침대에 앉아 있던 B씨를 눕혀 베개로 누르는 등 기절하게 하고, 깨어난 뒤에도 범행을 이어가 결국 B씨를 다치게 했다. 새벽 6시쯤엔 B씨가 집 밖 건물 복도로 뛰어나가 살려달라고 소리 질렀지만, A씨에게 잡혔다. 다음 날인 15일 오후 6시까지 약 36시간 감금당했다.

B씨를 감금하면서도 A씨의 범행은 멈추지 않았다. B씨로부터 치료비 등을 요구받자, B씨를 또 때려 다치게 했다.

더욱이 A씨는 B씨에게 성폭력 범죄까지 저지른 혐의도 받았다. B씨는 결국 경찰에 A씨를 특수강간 혐의 등으로 신고하고 만나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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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씨는 B씨를 계속 찾았다. 수소문 중 B씨의 여동생인 C씨가 원주시의 한 건물 원룸에 거주하는 사실을 알아냈다. B씨나 C씨를 만나려고, 그 건물 부근을 배회했고, 공실로 있던 그 건물 한 원룸에 수시로 출입하기도 했다.

이런 A씨의 행동은 추가 피해자를 발생시켰다. 지난해 12월 15일 낮 12시48분쯤 해당 원룸을 허락 없이 침입했던 A씨는 수도 동파 여부 확인을 위해 그 원룸으로 들어온 건물주 D씨(64·여)와 마주하게 됐다.

당시 A씨는 소리를 지른 D씨를 원룸 침대에 쓰러뜨렸고,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결국 A씨는 살인, 특수건조물 침입,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상해, 특수협박, 감금,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A씨는 당시 우발적 살해를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신교식 부장판사)는 A씨가 D씨와 마주쳤을 때 충분히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고, 사건 당시 증거 인멸 행동 등을 짚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견해는 달랐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황승태 재판장)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다만, 1심 재판부가 결정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과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각 8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10년간 취업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에 대해선 그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생명을 잔혹하게 박탈한 피고인의 범행은 어떤 범죄보다도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크고, 반사회적 성향도 지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자기 잘못을 모두 인정·반성하는 점과 살인 범행이 우발적으로 벌어진 점, 교화와 개선 가능성 등을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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