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지자체장들 '무더기 법정행'…구속기소는 한 명도 없어(종합)
검찰, 주요 기초단체장들에 선거법 위반 등 혐의 적용 줄기소
유권자 금품제공·당원 접대의혹·허위사실공표·후보자 매수 등
- 신관호 기자
(전국=뉴스1) 신관호 기자 = 지난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당선된 전국 주요도시 현직 기초단체장들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 줄줄이 법정에 서게 됐다. 지선 공소시효(12월 1일)를 하루 남겨둔 상태에서 기소에 속도를 낸 검찰과 직을 건 단체장들의 법정공방이 예상되면서, 지방 주요도시들의 행정공백까지 우려된다.
3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에선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이날 신상진 성남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사전선거운동 및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지선 전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역 체육동호회 40여 개 소속 회원 2만여 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허위 글을 게시한 등의 혐의다. 신 시장 측은 "문제가 된 SNS 글은 선거캠프 자원봉사자가 올린 것으로, 신 시장은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김 시장은 지난 6·1전국동시지방선거와 공직자 재산신고 때 재산 축소 또는 부풀려 신고한 혐의다. 이에 대해 김 시장은 선거 때 재산 신고 과정에서 선거사무소 회계 담당자의 착오 등이 있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태원 가평군수는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공무원 출신이었던 서 군수는 누군가로부터 소속정당 당원들을 위한 골프장 예약을 부탁받고, 후배 공무원을 통해 골프장을 예약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서 군수 측은 골프장을 알아봐준 것뿐, 접대는 없었다고 해명한 상태다.
강원에선 원강수 원주시장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원주시선관위의 고발에서 이어진 기소다. 시선관위는 지선 당시 원 시장이 부동산 자산 축소, 예금 및 보험 등의 자산 누락 또는 축소신고 등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원 시장 측은 고의성이 전혀 없었고, 실무진들이 법령 해석적 차원에서 견해가 달랐던 점이 있던 점을 언급하며 성실하게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북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기초단체장들이 잇따랐다.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30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이학수 정읍시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선 당시 TV토론회 등에서 상대 후보에 대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는데, 상대 후보 측이 반박하면서, 이 시장을 검찰에 고발한 결과다.
정헌율 익산시장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선거 중 한 TV토론회에서 도시공원 민간 특례 사업 협약서와 관련, 초과이익 환수 내용이 있다고 밝힌 가운데 그 사실 여부를 놓고 시와 검찰이 대립 중이다. 강임준 군산시장도 공직선거법 위반(매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선거 당시 당내 경선을 앞두고 선거를 도와달라는 목적으로 전 도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강 시장은 이를 부인했다.
전남지역 여러 기초단체장도 기소됐다. 광주고검은 강진원 강진군수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강 군수는 지난 4월 한 식당에서 선거구민 10여명에게 음식 대접 후 기부행위에 관여한 혐의며, 강 군수는 혐의를 부인한 상태다.
광주지검도 최근 이병노 담양군수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이 군수는 후보 시절 지인 가족상에 조의금을 내고, 지역 주민들에게 식사 제공한 혐의와 식사 접대를 받은 주민들이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변호사비를 대납한 혐의다. 또 광주지검은 6·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유권자에게 식사 제공한 혐의를 받은 이상철 곡성군수도 불구속 기소했고, 이 군수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검 목포지청도 최근 박홍률 목포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며, 우승희 영암군수에게도 지난 선거 여론조사 허위 응답을 권유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부산과 경남에서도 현직 시장과 군수들이 잇따라 재판을 받게 됐다. 홍남표 경남 창원시장은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과정에서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며, 홍 시장은 부인한 바 있다. 창원지검 밀양지청도 지난 선거를 앞두고 금품으로 후보를 매수해 경쟁 후보의 지지표를 분산시키려한 혐의로 김부영 경남 창녕군수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구인모 거창군수는 이미 재판을 진행 중으로, 검찰이 벌금 150만원을 구형한 상태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오 구청장은 지난 지선 예비후보자 등록기간 전 지역 주민들에게 수차례 홍보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며, 오 구청장은 추후 입장을 밝힐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울산에선 김영길 중구청장이 경선 선거운동 방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되면서 불구속 기소된 상태며, 대구에선 이태훈 달서구청장이 지선을 앞두고 선거구민에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북에선 김광열 영덕군수가 지선 당시 선거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책임당원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여론조사 등에 개입한 혐의다.
대전에선 김광신 중구청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충남에선 박상돈 천안시장이 선거과정에서 공무원 조직을 이용한 혐의로, 박경귀 아산시장이 상대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각각 재판을 받게 됐다.
현직 기초단체장들은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그 직을 잃게 된다. 이에 일부지역 주민들은 재판에 불려다니게 될 단체장들이 행정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지 걱정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검찰이 선거법 위반혐의를 받는 지자체장들을 몽땅 불구속 기소한 것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검찰이 정치권을 의식해 모두 불구속 기소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선거법에 정통한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주주의체제를 유린하는 공직선거법 상 후보자 매수 등 죄질이 불량한 경우 구속영장 청구도 고려했어야 했는데 불구속 기소한 건 좀 의아하다"라며 "검사들도 예전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신관호·이상휼·유재규·양희문·허진실·이시우·이성덕·김기열·김명규·강정태·김대광·노경민·김혜지·최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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