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축구전용경기장 유치전 재점화…‘춘천 vs 원주 vs 강릉’

2016년 K리그1 승격한 강원FC “이제는 축구전용구장 있어야”
막대한 예산에 자칫 지역간 과열경쟁 우려, 도는 자제 분위기

편집자주 ...강원도 빅3 도시인 춘천·원주·강릉이 축구전용구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원FC의 홈으로 쓰일 구장이다. 2008년 창단한 강원FC는 2016년부터 K리그1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 최문순 지사 임기 끝날 무렵부터 전용구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나, 추진 동력 상실과 예산 문제 등으로 매듭짓지 못했다. 민선 8기에 들어선 만큼, 도민은 물론 축구계에서는 축구전용구장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예상 지역과 가능성을 살펴본다.

지난 15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 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 수원FC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이영표 강원FC 대표 이사와 김진태 강원도지사 (강원FC 제공)

(강원=뉴스1) 한귀섭 기자 = 강원도민의 염원인 축구전용구장 건립에 민선 8기 들어 시·군별 경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K리그1에서는 강원FC를 비롯해 성남FC, 수원FC, 김천상무FC를 제외하고 8개 구단이 축구전용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축구전용구장은 기존 종합운동장 등을 활용해 경기를 하던 것과 달리 선수들과 더 가까이서 박진감 넘치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복합상업시설로 짓게 되면 내부에는 식당, 카페, 문화시설 등으로 활용돼 팬들은 물론 시민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거듭나게 돼 상당부분 경제효과도 나타나게 된다.

종합운동장을 리모델링해 축구전용구장을 지은 대구FC는 2019시즌 연일 만석을 기록하며 축구전용구장을 건립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 3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 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가 전북현대를 2-1로 꺾은 뒤 팬들과 기념 촬영을 진행했다.(강원FC 제공)

강원도에서는 2018년 8월 김병수 감독이 강원FC의 지휘봉을 잡은 뒤로 파이널A 진출과 5-4 대역전극 등 ‘병수볼’로 사랑을 받으며 도민들의 관심도 높아지자 축구전용구장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2021년 1월 1일 취임한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가 시·군을 돌며 축구전용구장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자 지방자치단체도 나서 추진 의견을 밝혀왔다.

도는 최문순 도지사 시절인 2020년 11월 ‘강원도 축구전용구장 건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개최했으나 3선 임기 제한 마지막에 추진해 동력이 떨어졌고, 강원도청사 이전 문제와 겹치는 등 예산 문제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민선 8기가 시작되면서 축구전용구장 유치에 불이 붙는 분위기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7월 1일자로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춘천(시장 육동한), 원주(시장 원강수), 강릉(시장 김홍규)도 지방자치단체장에 처음 당선돼 시를 발전시겠다는 의욕이 앞서는 만큼, 축구전용구장 유치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2020년 11월 강원연구원에서 열린 강원도 축구전용구장 건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중간보고회.

육동한 춘천시장은 지난 3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주 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 강원FC 경기전 이영표 대표를 만나 춘천에 축구전용건립 타당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육 시장은 지방비와 국비 등 1000억원을 들여 전용 구장을 비롯해 보조축구장, 상업·문화시설도 함께 들어서는 방향을 제시했다.

시는 근화동 하수처리장 인근의 비위생매립지를 축구전용구장 최적지로 보고 있다. 춘천은 세계적인 축구스타이자 2021~2022시즌 EPL 득점왕에 빛나는 손흥민의 고향이기도 하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오는 25일 오후 2시 시청에서 이영표 대표를 만나 축구전용구장 건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원주시는 원주종합운동장을 리모델링하는 방안과 봉산동 번재소류지 일대에 조성되는 종합체육단지를 축구전용구장 건립지로 검토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부터 지역 축구 붐을 확산하기 위해 강원FC B팀 경기를 유치했다.

시는 축구전용구장 건립 적지로 자평하고 있다. 도내 제1의 인구, 사통팔달 교통망과 수도권과의 접근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원주의 입지가 탁월하다는 이유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지난달 22일 시청에서 이영표 대표와 만나 축구전용구장 건립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올림픽파크 등에 축구전용구장을 지을 계획을 갖고 있다. 강릉시는 강원FC의 경기 절반이 열리고, 클럽하우스가 있으며 유소년 선수 육성과 전국축구대회 유치 등 도내 유일 구도(球都)인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강원도청(강원도 제공)

하지만 강원도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제 막 김진태 지사의 임기가 시작했고, 막대한 비용이 들뿐더러 시·군 경쟁으로 지역간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당시 도가 의뢰한 축구전용구장 연구용역에 따르면 연면적 2만912㎡에 1만1000석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을 신축할 경우 536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부지 매입 비용을 제외한 순수 건축비다. 기존 종합운동장을 활용해 육상 트랙에 가변형 좌석을 설치하면 97억8000만원, 보조경기장을 리모델링하면 248억원이 소요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 관계자는 “아직 축구전용구장과 관련해서 결정된 것은 없다”며 “언제, 어떤식으로 축구전용구장에 대한 입장이 나올지도 아직 생각해 본 것은 없다”고 밝혔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