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흑유의 아름다움을 잇는 도예가 김시영

흑유도예가 청곡 김시영(도예가 김시영 제공) ⓒ News1
흑유도예가 청곡 김시영(도예가 김시영 제공) ⓒ News1

(홍천=뉴스1) 황대원 기자 = 강원 홍천군 모곡리 가평요에는 깊은 빛깔과 형태를 만드는 국내 유일의 흑유도예가 청곡 김시영이 살고 있다.

그는 그곳에서 고려시대 청자나 백자와 함께 부수적으로 만들어지다 사라진 흑유자기를 빚고 있다.

흑자는 기원전 4~5세기 제기로 쓰이는 흑도라 불리는 검은 도기로 시작해 통일신라 말에 청자 가마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에 들어서 차츰 그 명맥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있다.

흑자는 검은색 등의 색깔이 음색(陰色)으로 구분돼 사람들이 일상에서 잘 쓰지 않아 더 발전하지 못했다.

분청은 가마 온도가 1230도, 청자는 1270도, 흑자는 1300도에서 구워져 작업과정이 쉽지 않고 불의 변화에 따라 까만 도자기 표면이 순간적으로 다양한 빛깔로 바뀐다.

30년간 흑자를 만든 김 씨는 “불의 온도에 따라 빛깔이 달라져 불을 잘 알아야 한다”며 “일반 흙도 연금술사라면 금으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흑유 찻잔 . ⓒ News1

김 씨(60)는 어린시절 서예가였던 아버지의 먹을 갈아드리며 예술적 분위기에 젖어 들었다.

그가 공예를 시작하게 된 것은 “한 30살쯤에 아버님이 ‘이 흑자가 우리나라 고려시대 전성기였는데 지금 많이 잊혀지고 있어 다시 재현·발전시켰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해 주신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어 “대학시절 산악부에서 태백산맥, 광산촌, 화전민촌 등을 다니다가 검은 도자기 파편을 보곤 했는데 그때도 검은색의 신비함을 많이 느꼈었던 것 같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잘 만들어진 도자기를 깨뜨리는 경우가 있다. 흑유를 빚는 그도 맘에 들지 않는 자기는 깨뜨린다고 한다.

가평요 내 정원에 전시된 깨진 도자기 .ⓒ News1

김 씨는 “우리가 아침에 산책을 할 때 들판을 가든 강을 가든 가까운 뒷동산을 가든 사물이 다 아름답게 보일 때가 있다”며 “그러면 (그 광경을 보며) 즐겁고 기쁘고 누구한테 보여주고 싶고 그렇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말 고생해서 한 작품이 나오면 정신적 행복감과 함께 그 작품을 남겨두고 싶다”고 말하며 즐거워했다.

이어 “ 반면 원하지 않는 작품이 나왔을 때는 세상에 나가서 좋은 기운을 주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두려움 때문에 도자기를 깰 거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 10년 전에는 이런 빛깔이 안 나왔다”며 “계속 연구와 연구를 거듭해 이런 빛깔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흑유의 이런 아름다움이 당대에 끝나지 않고 계속 전승돼 발전됐으면 한다”며 “대중들에게까지 이런 아름다움을 같이 공유하고 싶은 것이 꿈이다”고 말했다.

김시영 작가의 작품(kimsyyoung.com 캡쳐) ⓒ News1

김씨는 2015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 명사 10인’에 홍천을 대표하는 명사로 2016년 선정됐다.

그의 작품은 일본 장관, 스페인 수상, 태국 총리 등 여러 해외 인사에게 국빈 선물로 주어지기도 했다.

또 일본미술구락부가 낸 미술가명감(2011년)에서는 그가 만든 찻잔 하나를 1000만원으로 감정하기도 했다. 일본에선 흑자를 청자나 백자보다 더 고급으로 친다.

김씨는 오는 11월 싱가폴에서 진행되는 2017년 한국 테마관광 홍보 설명회와 12월 프랑스 칸에서 진행되는 2017 국제럭셔리관광박람회(ILTM, Int’l Luxury Travel Market)에 함께한다.

또 김씨의 작품은 2019년 후 한국공예문화진흥원이 기획한 시카고 뮤지엄 전시회에 출품될 예정이다.

jebo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