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협박 당해" 방검복 입은 교사…법원 “혼잣말, 협박 아냐”(종합)
교보위 '출석정지' 조치에 학생 "부당하다"며 행정소송 제기
법원 "학생 발언, 범죄 행위에 해당 안 돼…출석정지 처분 부당"
- 임충식 기자, 강교현 기자
(전주=뉴스1) 임충식 강교현 기자 = 특정 교사를 ‘칼로 찔러 죽여버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출석 정지를 내린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발언이 부적절하기는 하지만 훈계를 들은 것에 화가 나 수업이 끝난 뒤 한 발언인 점 등을 감안할 때 협박죄 등 범죄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 사건은 학생의 발언을 전해 들은 교사가 일주일간 방검복을 입고 출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명 '방검복 사건'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었다.
전주지법 제1-2행정부(부장판사 김선영)는 전북의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 군 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낸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고 25일 밝혔다.
법원과 전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23년 9월께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A 군은 체육교사인 B 교사로부터 수업에 불성실하다는 이유로 훈계를 들었다.
이에 화가 난 A 군은 수업이 끝난 뒤 교실로 이동하는 과정에 '(B 교사를) 칼로 찔러 죽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A 군의 이 같은 발언은 같은 반 학생 일부가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 군의 발언을 전해 듣게 된 B 교사는 ‘살해 협박을 당했다’며 약 일주일간 방검복을 입고 출근했다. 인증사진을 찍어 주위에 알리기도 했다. 방검복은 '남편에게 무서운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고 걱정한 B교사의 배우자가 사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교사노조 등 교원단체도 명백한 교권침행위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에 해당 학교는 교보위를 열고 A 군에 대해 출석정지 7일과 심리치료 21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당시 교보위는 A 군의 행위는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한 정신적 상해·모욕으로서 명백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 군의 부모는 이 같은 결정에 반발, 전북도교육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기각되자 법원에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학생 측은 "당시 A 군은 혼잣말로 '칼로 찔러 죽여버리고 싶다'고 말한 사실은 있다. 하지만 B 교사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단순한 혐오 감정 내지 일시적인 분노의 표시에 불과할 뿐이다"고 주장했다.
또 "B 교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에 해당한다거나 고의로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볼 수 없기에 교원지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상해죄나 모욕죄, 협박죄로 의율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 군은 수업시간에 훈계를 들은 것에 불만을 품고 감정적으로 흥분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B 교사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A군의 발언이 협박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협박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또 B 교사에 대한 분노나 혐오의 감정을 무례한 방법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이 B 교사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이 포함돼 있다고 보이지 않은 만큼, 모욕죄를 구성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A 군의 발언을 전해 들은 B 교사가 적지 않은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나 발언 자체가 B 교사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장애를 초래하는 실행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면서 ”법원에 제출된 증거만으로 B 교사가 주장하는 불안 및 우울병장애가 A 군의 발언으로 생긴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상해죄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교보위는 A 군의 발언이 협박죄와 정신적 상해죄,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전체로 출석정지 처분을 내렸다”면서 “하지만 A 군의 발언이 형법상 상해죄와 모욕죄, 협박죄 등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만큼, 교보위의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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