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업무만 380개"…'3년차 학교 공무원' 죽음 내몬 비극의 시작

공무원노조, 행정실 업무 경감 대책 마련 촉구

공무원노조 전북교육청지부가 23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각 학교 행정실 업무 실태 조사 및 업무 경감 대책 마련 촉구하고 나섰다./뉴스1

(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공무원노조 전북교육청지부가 학교 행정실 업무 경감을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사망한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평소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노조는 23일 전북자치도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발생한 학교 행정실 직원 사망사건의 근본적 발생 이유는 학교 행정실의 업무 폭증이다”면서 “교육청은 제2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장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늘봄학교와 안전 등 새로운 업무가 학교로 쏟아지고 있다. 실제 학교 행정실 업무를 세부적으로 나열하면 무려 380여개에 달한다”면서 “특히 고인이 근무했던 6학급 이하 초등학교의 경우 배정기준이 2명에 불과해 더욱 열악한 업무환경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인은 고작 3년차에 불과한 신규 공무원이었다”고 지적했다.

전북교육청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노조는 “현재 학교에서 행정직 공무원들은 교사들의 교육활동과 학생을 위해 필요한 업무조차 떠안고 있다. 교육청의 교원업무경감 정책으로 인해 상당한 업무들을 행정실에서 처리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올해 7월 설치된 학교업무지원센터 업무도 대부분 행정실 지원보다 교원업무에 치중돼 있는 게 현실이다. 업무숙지를 위해 열리는 각종 연수도 실제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제2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북교육청은 각 행정실 업무 실태를 조사하고 업무경감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작은학교 행정실을 최소 3인 이상으로 재편해고, 병설유치원 역시 별도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고통 속에서 묵묵히 일하다 쓰러지는 동료들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반직 공무원들이 업무 환경의 근복적인 변화를 이루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노조에 따르면 지난 12일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3년 차 교육공무원인 A씨(8급)는 도내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자택에서는 고인이 쓴 유서도 발견됐다. 또 고인이 지닌 핸드폰에서 20여개의 음성녹음 파일도 확인됐다. 유서와 녹음파일에는 행정실장과의 갈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또 평소 과중한 업무로 인해 힘들다는 내용도 이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17일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94ch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