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삭감에 뿔난 전북 문화·예술인들 "박용근·장연국 사퇴하라"

두 명 의원 주도로 문화·예술 지원 사업 78% 삭감
승진에서 밀려난 직원은 장연국 의원 사촌

2일 전북지역 문화예술인 70여명이 전북자치도의회 앞에서 박용근 의원과 장연국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2024.12.2/뉴스1

(전북=뉴스1) 김동규 기자 = 전북자치도의회의 예산 삭감에 문화·예술인들이 뿔났다.

전북지역 문화·예술인 70여명은 2일 전북자치도의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 예산 삭감을 주도한 박용근 의원(장수)과 장연국 의원(비례대표)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문화안전소방위원회 소속인 박용근 의원과 장연국 의원은 지난 11월 22일 전북자치도 산하기관인 문화관광재단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40%가 넘게 삭감했다. 관광을 제외한 문화·예술 관련 사업만 놓고 보면 삭감액이 78%에 이른다.

이에 문화예술인 510명이 박용근·장연국 의원을 규탄하는 서명에 동참했고 이날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박용근은 갑질 도정, 장연국은 사적 폭거’, ‘문화예술인을 볼모로 삼은 전북도의회는 반성하라’, ‘살기 싫다 전라북도 이러니까 다 떠나지’ 등의 피켓을 들고 두 명의 의원을 규탄했다.

예산 삭감의 발단은 박용근 의원이 재단의 승진 인사 문제를 거론하면서 시작됐다. 박 의원은 재단이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않았다며 개선을 요구했으나 재단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으름장을 놨고, 장연국 의원과 함께 이를 현실화했다. 재단 인사에서 승진하지 못하고 밀려난 직원은 장영국 의원의 사촌이다.

문화·예술인들은 성명서에서 “박 의원의 예산 삭감 발언은 전북 문화예술계에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줬다”며 “이는 단순한 개인의 발언이 아니라 도의원이라는 신분을 가진 공직자가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을 볼모로 삼는 행위다”고 규정했다.

이어 “도의원의 의정활동이 문화·예술인들의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창작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야 했는지 묻고 싶다”며 “문화·예술인들의 권리와 노력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직자는 책임 있는 언행을 해야 한다”면서 “박용근·장연국 의원은 전북도의회의 신뢰를 실추시키고 지역 문화예술계를 혼란에 빠트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북자치도의회는 박용근 의원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문화·예술계와 도민에게 사과하고 재단 예산 삭감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행정적 논리와 근거를 공표하라”며 “전북 문화·예술계는 특정인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목적에 휘둘리지 않아야 하며 공직자의 발언으로 자율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kdg206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