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옥구농민항일항쟁 산실 '농민야학 안채' 멸실 위기…보존대책 시급

군산대 역사학과 "기념관 만들어 다양한 역사 콘텐츠로 활용해야"

옥구농민항쟁의 산실인 '농민야학 안채' 중 한칸이 붕괴돼 보존대책이 시급하다.(군산대 역사학과 제공) 2024.11.25/뉴스1

(군산=뉴스1) 김재수 기자 = 옥구농민항일항쟁의 산실인 '장태성의 농민야학 안채'가 멸실 위기에 놓여 있어 보존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군산대 역사학과 구희진 교수와 학생들은 25일 농민야학 4칸 건물 중에서 첫째 칸이 붕괴되고 나머지 칸도 위태로워 보존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25일 밝혔다.

군산대 역사학과는 지난해 군산역사문화연구소와 함께 옥구농민항일항쟁 100주년을 준비하며 항쟁 관련 유적지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농민항쟁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장태성의 농민야학터와 그 안채 건물을 발견했다.

특히, 안채 건물과 관련해서는 한말 일제가 전북지역에 대규모 농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자행한 재산강탈을 생생히 증언하는 중요한 공문서도 찾아냈다.

일본인 농장주가 수차례나 이 집에 쳐들어와서 협박하며 생명을 위협했으나 주인이었던 선비 이용휴가 당당히 맞서며 고소한 내용이 담긴 것이다. 이용휴의 후손들은 이 집의 서당채를 농민조합 대표인 장태성이 농민야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구 교수와 학생들은 교육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역사 콘텐츠들을 제작해 농민야학 안채를 비롯한 주요 유적지들의 보존이 시급함을 알려 왔다.

지난해에는 옥구농민항일항쟁 관련 귀중 사진들을 정리한 4차례의 '사진 전시회(해동 용전에 황룡이 나라샤)'와 '옥구서수농민항일항쟁 역사지도', '안내 리플렛', '희귀 사진집' 등을 발간하기도 했다.

농민야학에서 공부했던 제자의 증언(1993년 나종우 교수 인터뷰)도 입수해 장태성이 실시한 인간 존중과 민족교육의 실상을 생생하게 알렸다.

하지만 농민야학 안채의 훼손 상태가 더욱 심각해지자 소중한 문화유산이 멸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서게 된 것이다.

군산대 역사학과는 2027년이면 100주년을 맞이하게 되는 옥구농민항일항쟁 기념사업으로 장태성 농민야학터와 안채를 농민항쟁 기념관과 체험학습관으로 정비할 것을 제안했다.

구 교수와 학생들은 "농민야학 안채 주변에는 항쟁에 참여한 주요 인물들의 가옥이 존재하고 있고 농민야학이 위치하는 용전마을은 우리 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많은 이야기와 흔적들을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의 저수지와 같은 곳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산시가 농민야학 안채를 기념관으로 만든다면 귀중한 역사 유산도 잘 보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역사문화 콘텐츠를 통한 교육활동, 체험활동으로 군산시민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의 문화관광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옥구농민항일항쟁은 지난 1927년 11월 25일 인권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500여명의 농민들이 일어서서 일제 경찰의 불법과 일인 농장의 무도함에 저항했던 1920년대를 대표하는 농민항쟁이자 3·5만세 운동과 더불어 군산 시민정신의 뿌리가 되는 역사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

kjs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