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에 문제풀이 시킨 게 아동학대?"…무분별 고발에 고통받는 교사

전교조 전북지부 기자회견…"무분별한 신고행위에 단호 대처"

전교조 전북지부는 12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분별한 아동학교 고발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뉴스1 임충식기자

(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전북의 한 중학교 교사가 칠판에 문제풀이를 시켰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로 고발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의 ‘혐의 없음’ 처분이 나오긴 했지만 해당 교사는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6개월 동안 고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게다가 최근 학부모가 이의신청을 제기, 다시 수사가 시작되면서 또 다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12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려가 현실이 됐다. 경찰로부터 무혐의 결정을 받은 교사가 또 다시 수사를 받게 됐다”면서 “무분별한 신고로 고통 받는 교사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힘든 시간을 또 버텨야 하는 교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북지부에 따르면 도내 한 중학교 교사 A 씨는 지난 2월 말, 학부모 B 씨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학생이 모르는 문제를 칠판에 풀게 해 망신을 줬다’, ‘특정 학생에게만 청소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교사가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것이다. 해당 교사가 문제를 풀게 한 시기는 지난해 6월이었다.

B 씨의 아동학대 신고는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B 씨와 A 교사는 지난해 말 발생한 학폭사건 처리를 두고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툼이 발생했을 당시 B 씨는 학폭 신고를 하지 않고 A 교사에서 분리조치를 요구했지만 교사는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현행 규정 상 학폭 신고를 하지 않고 교사가 임의로 강제분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사가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자 B 씨는 이후 ‘교사가 학생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을 방조하고 있다’면서 A 교사의 전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는 게 전교조의 설명이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냈다. 경찰은 신고 내용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 권한 내의 재량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들의 진술만으로 아동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로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결론을 냈다.

하지만 지난 10월 이 학부모가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해당 교사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기 위해 또 다시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앞뒤 상황과 맥락이 함께 설명돼야 하지만 이는 생략된 채 자녀가 전하는 교사의 말만 믿고 아동학대 신고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도교육청은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만 댈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무분별한 신고행위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탄원 운동과 1인 시위, 전주지검 정읍지청의 올바른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등 A교사를 지키기 위한 최선을 다할 것이다”면서 “억울한 아동학대 신고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적극 나설 것”이라며 말했다.

94ch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