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이던 딸이 40대가 됐네"…경찰 도움으로 36년 만에 모녀 상봉

가정형편 어려워 고아원 잠깐 맡긴 뒤 가족과 헤어져
지난 3월 모친 유전자 채취 후 7개월 만에 친자 확인

36년전에 헤어진 모녀가 경기도 오산의 한 시설에서 상봉했다.(군산경찰서 제공) 2024.10.26/뉴스1

(군산=뉴스1) 김재수 기자 = 경찰의 끈질긴 노력으로 36년 전에 헤어진 모녀가 극적으로 상봉했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친모인 B 씨(92·여)가 유전자(DNA) 분석 도움으로 딸 A 씨(49·여)를 26일 오전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3월 군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를 찾아 "저희 어머니께서 36년 전 실종된 딸을 찾기를 간절히 원하신다. 꿈에 계속 나온다는데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1988년 8월 당시 광주에 살던 어머니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딸을 잠깐 고아원에 맡겼으나 장애가 있던 딸이 고아원에서 나간 뒤로 실종돼 영영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어머니 B 씨는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온 가족과 함께 찾으러 다녔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포기하고 지내던 중 방송에서 경찰이 장기 실종자 가족을 찾아준 사연을 접한 뒤 마지막 희망을 품고 군산경찰서를 찾았다.

사연을 접수한 경찰은 DNA 확인작업에 착수했다.

뇌병변을 앓고 있는 어머니 B 씨가 거동이 불편한 탓에 경찰서 담당자가 직접 주거지를 방문해 구강세포 유전자를 채취했다. 그리고 경찰서 프로파일링시스템 입력 후 아동권리보장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과 아동권리보장원은 유전자 대조 작업을 해나가다 한 40대 여성의 DNA가 어머니 B 씨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확한 대조를 위해 20여 년 전 등록돼 있던 딸의 DNA를 재채취한 끝에 친자 관계임이 최종 확인됐다.

경기도 오산소재 시설에서 딸과 만남을 가진 어머니와 가족들은 "그동안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먼저 따뜻한 밥 한끼 해주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기적을 만들어준 경찰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김현익 군산경찰서장은 "기적과도 같은 가족 상봉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가족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앞으로도 유전자 등록을 통한 장기 실종자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kjs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