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89번 울리는 '성인실종신고' 접수하곤 그뿐…"곧 돌아온다" 방치

…이건수 교수 "실종자 중 가출은 1~2%, 나머진 '실종'"
배상훈 프로파일러 "초동조치 빠르게 해야…경찰 수사 과정 실수 등 모니터링 시스템 필요"

편집자주 ...'실종자 가족'이라 불리는 이들의 소원은 단 한 가지, 잃어버린 딸·아들의 생사여부다.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경찰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는 만 18세 이상 성인실종자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18년 전 발생한 '전북대 수의대 이윤희 실종사건'을 통해 성인실종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이들이 왜 성인실종법 제정을 요구하는지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2006년 6월 실종된 전북대 수의대생 이윤희 씨 사진.2024.10.10/뉴스1 장수인 기자

(전북=뉴스1) 임충식 장수인 기자 =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접수된 성인 실종 사건의 비율은 아동 실종 사건보다 2.5배나 많다. 그러나 성인실종자는 여전히 가출인으로 취급받고 있다. 범죄 연루 가능성이 분명치 않다면, 경찰로부터 도움조차 받을 수 없다. 지금도 사라진 성인실종자를 적극적으로 찾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국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18년 전 전북대 수의대에 다니다 사라진 딸을 지금도 찾고 있는 이동세 씨(87)가 자신이 낸 책을 통해 성인실종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씨는 "아동이 실종되면 법적으로 경찰 수사가 바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건 해결이 빠르게 이뤄지는데, 성인 실종을 대하는 경찰은 '며칠 있으면 다 돌아온다', '하루에도 여러 건 이런 사건이 접수된다'고만 한다. 답답한 현실이다"며 "당시 윤희가 실종됐을 때도 성인실종자에 대한 경찰 수사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렇게까지 긴 시간 사건에 매달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나도 지금까지 사건만 생각하며 살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인실종자에 대한 경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담은 성인실종법인 이윤희 법을 당장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나 같은 불행한 일을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 씨와 같은 생각이다. '성인실종법' 제정 등을 통해 실종 사건의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접수된 만 18세 이상 성인 실종 사건은 69만 1088건이다. 연평균 6만 9108건, 하루 189건에 달하는 성인 실종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만 18세 미만 아동 등에 대한 실종신고는 27만 1546건으로 집계됐다.

실종 상황이 해제되지 않는 비율 또한 동기간 아동(44건)보다 성인(2708건)이 61.5배 높았다.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왼쪽)와 배상훈 프로파일러(오른쪽). 2024.10.10/뉴스1 장수인 기자

우리나라 실종 수사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성인실종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경찰로 재직하는 동안 5600명의 실종자를 가족 품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이건수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성인실종자가 생기면 가출인 및 실종 아동 등 업무 처리 규칙을 적용한다. 이에 경찰에게 어떤 권한과 책임이 없다"며 "실종자에 대해 나이 제한 없이 대응하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종이라는 건 사람이 갑자기 없어지는 정말 무서운 일"이라며 "'바람 좀 쐬고 올게'라고 말하고 나가는 게 가출인데, 실제 이러한 가출은 전체 1~2%밖에 안 되고 나머지 98~99%가 사람이 갑자기 없어진 '실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종의 이면에는 강력 사건하고 연관돼 있기 때문에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이 없어지면 경찰은 즉각적인 대처를 해야 되고 수사를 하는 게 맞다"며 "단순히 상황만 가지고 범죄 여부를 판단한다는 거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큰 구멍을 내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같은 문제를 성인실종법 제정을 통해, 경찰에게 수사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신고 접수부터 허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인실종법이 생기면 경찰 수사 시 위치추적이라든지, CCTV나 통신 자료 등의 확보가 용이해지면서 범죄 혐의에 두고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바로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지금은 가출인 업무 처리 규칙에 따라 성인 실종 신고에 접근하다 보니 아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 제정을 통해 경찰에게 성인 실종 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보통 가출은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하고 나가는 게 가출이다.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해서 자발적으로 돌아올 때까지 두면 영원히 못 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도 성인실종법 제정을 통해 성인이 미귀가 했을 때 경찰이나 행정에서 초동조치를 빠르게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채권‧채무와 관련 성인실종법이 악용되지 않도록 보완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인실종법 제정뿐 아니라 제3의 기관에서 경찰 수사 과정에 실수가 있었는지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이윤희 실종 사건에서도 컴퓨터 기록이 삭제됐다는 게 나오면서 누가 삭제했는지, 왜 삭제 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며 "그런데 경찰이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부분들이기 때문에 경찰의 수사를 제3의 기관에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사건의 범인은 경찰 수사 기록 안에 있다"며 "단순히 성인실종법 제정으로 실종된 성인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했는데 못 잡았다'고 하는 10년 이상 된 사건에 대해서는 변호사협회 등의 공익단체를 통해서라도 수사 기록을 공개하는 법안 제정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인실종법은 지난 18대~21대까지 법원 발의가 수차례 이뤄졌었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 등 쟁점에 대한 이견에 대해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채 국회 회기 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soooin9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