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딸 찾는 87세 父 "성인실종법 필요…제2의 이윤희 막아야"

생사확인 안된 '이윤희'들, 10년간 2708명
실종 성인 범죄 혐의점 없으면 '가출인'…'성인실종법' 매년 국회 문턱서 좌절

편집자주 ...'실종자 가족'이라 불리는 이들의 소원은 단 한 가지, 잃어버린 딸·아들의 생사여부다.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경찰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는 만 18세 이상 성인실종자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18년 전 발생한 '전북대 수의대 이윤희 실종사건'을 통해 성인실종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이들이 왜 성인실종법 제정을 요구하는지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8월 만난 이동세 씨가 딸 윤희 씨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가리키고 있다.2024.19.9/뉴스1 장수인 기자

(전북=뉴스1) 임충식 장수인 기자 = 올해 초 '전북대 수의대 이윤희 씨 실종사건'이 재소환됐다. 18년 전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한 아버지의 외침 때문이다. 어느덧 90세를 앞둔 노인이 된 아버지 이동세 씨(87)는 "이제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기력이 다할 때까지 딸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윤희 씨는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 재학 시절인 지난 2006년 6월 5일, 전주시 덕진동의 한 음식점에서 종강모임을 가진 뒤 다음 날 오전 2시 30분께 자취방으로 귀가한 것을 끝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지금도 윤희 씨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생사조차 확인이 안 되고 있다.

'전북대 수의대 여대생 실종사건'으로 불렸던 이 사건은 당시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졌다.

그러나 백발이 된 아버지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절규에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씨는 올해 초 전북대학교 교정과 전국 휴게소·지하철역에서 '이윤희를 아시나요?'라고 적힌 스티커를 부착했다.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이 두려워서였다. 스티커에 있는 QR코드에는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담겨 있다.

또 앞서 4월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당시 그는 재수사 촉구와 함께 실종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 2명을 고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윤희 씨의 컴퓨터에서 6월 4일 오후 10시 45분부터 약 4일간의 기록이 수사 과정에서 삭제됐다는 내용의 방송(그것이 알고 싶다)이 방영된 만큼, 이에 대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씨는 처벌보다는 그날의 진실이 밝혀지길 원하는 마음이 크다.

지난 2006년 실종된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 이윤희 씨 가족이 16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은 아버지 이동세 씨와 어머니 송화자 씨. 2024.4.16/뉴스1 ⓒ News1 강교현 기자

지난 7월에는 책도 발간했다. 제목은 '이윤희를 아시나요?'다. 책에는 딸을 찾기 위한 간절한 마음과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다짐이 담겨있다. 실종됐을 당시 상황과 수사 내용도 자세하게 담았다. 특히 이 씨는 책을 통해 성인실종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언급했다. 그는 이 법을 '이윤희법'이라 부른다.

이 씨는 "딸을 찾기 위해 올해 책을 내게 됐다. 책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란 생각에서였다"며 "특히 책을 통해서 성인실종법, '이윤희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를 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에 아직도 미해결된 성인실종사건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경찰은 '수사를 할 만큼 다 해봤다'고 말하지만 내 딸, 자식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가족의 입장이 돼보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말하는 것"이라며 "미국이나 캐나다,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성인실종 관련법이 법제화돼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 문턱을 매번 넘지 못하고 있다.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만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경찰 신고 사안 중 이윤희 씨처럼 가출인으로 분류돼 집에 돌아오지 않은 이들은 매년 수백 명에 달한다.

경찰청 등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 실종자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2708명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4년 164명 △2015년 176명 △2016년 209명 △2017년 218명 △2018년 251명 △2019년 282명 △2020년 335명 △2021년 308명 △2022년 304명 △2023년 461명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전북에서는 같은 기간 150명의 성인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동세 씨는 "아동실종의 경우는 법적으로 경찰의 수사가 바로 이뤄질 수 있지만 성인실종자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도 불가하다"며 "당시 윤희가 실종됐을 때도 성인실종자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렇게까지 긴 시간 사건에 매달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지금까지 사건만 생각하며 살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세 씨가 발간한 책 '이윤희를 아시나요'와 이윤희씨 모습. 2024.10.9/뉴스1 장수인 기자

사건 발생 후 이윤희 씨의 자취방을 친구들이 청소하는 일도 없었을 거라고 했다. 실제 친구들의 방 청소는 수사에 악영향을 끼쳤다. 경찰이 초기 증거 확보에 실패하게 된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이 씨는 "당시에 성인실종 관련 법이 있었다면 경찰에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진 현장이 그대로 보존됐을 것"이라며 "증거가 나올 수도 있는 방을 친구들이 청소하도록 내버려둔 것도, 윤희가 친구들이랑 놀러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취급받았던 것 역시 관련 법이 없었던 것도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현장 보존뿐 아니라 경찰 수사도 처음부터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윤희 컴퓨터 사용 기록이 수사 과정에서 지워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세 씨는 "경찰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기록을 보고 싶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제기해서 자료를 일부 받았다. 하지만 고작 35페이지에 불과했다"며 "설마 그동안 경찰에서 수사했던 내용이 몇 페이지에 불과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경찰에서 이제라도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많은 분이 가칭 '이윤희법'인 '성인실종법' 제정을 위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oooin9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