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교사 돌려주세요”웃음 잃은 학생들…전주 초등학교에 무슨 일?

악성민원 학부모에 풍비박산…알고 보니 레드카드 학부모
교원단체 “법적 대응 필요”…전북교육청 “단호하게 대처”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선생님들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어요. 정이 들려고 하면 계속 나가시고 너무 힘듭니다. 예전처럼 밝고 씩씩한 학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북자치도 전주시의 한 초등학생이 직접 작성한 글이다. 이 학생은 학교를 예전처럼 되돌리고 싶은 마음에 직접 탄원서까지 작성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학생에게 학교는 재미있고 행복한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등교조차 꺼려지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늘 짓고 있던 웃음도 사라진 지 오래다. 반 친구를도 마찬가지다. 교사들 역시 깊은 고민에 한숨을 짓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2022년 한 학생이 전학을 오면서 시작됐다.

8일 전북교사노조와 전북교총, 전교조전부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A씨의 자녀가 전주시 모 초등학교로 전학을 왔다. 그 때부터 악성민원은 시작됐다.

A씨는 비공개 자료인 생활기록부 기록 및 학교폭력 전담기구 회의록, 관리자 복무 상황 등 13여 건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생활기록부 교과 평어 수정과 같은 위법한 요구까지 했다. 심지어 본인 자녀와 관련해 7가지 주의사항을 담임교사에 보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교사 및 수업, 학교 운영에 대한 각종 민원도 제기했다. 수학여행을 간 자녀에게 물을 가져다주지 않았다고 항의하기 했다.

알고 보니 A 씨는 일명 ‘레드카드 사건’으로 불렸던 교권침해행위의 당사자이기도 했다. A씨는 3년 동안 각종 진정과 민원, 형사고발, 행정소송을 통해 악의적으로 교사를 고통받게 한 혐의로 현재 고발된 상태다. 서 교육감은 지난 4월 학부모 A씨를 공무집행방해와 무고, 상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교육감이 교권침해 사안으로 학부모를 대리 고발한 것은 전북에서는 A 씨가 처음이었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지난해 B씨의 자녀가 전학을 오면서 상황은 더욱 심해졌다. B씨 역시 학교 운영과 학교생활기록부와 관련된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담임교사의 병가와 기간제 교사 배치, 지도방식 불만도 수시로 냈다. 학교행사 진행방식에 대한 항의도 다반사였다.

당초 이 학교는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 교사와 학생 보호자 모두 만족도가 높은 학교였다. 교사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그러나 A씨와 B씨 자녀가 전학을 온 뒤에는 모든 게 엉망이 됐다. 교사들이 매년 떠나면서 학생들의 웃음은커녕 배움까지 사라진 학교가 됐다는 게 교육단체의 설명이다. 이들 학부모 자녀의 반은 올해에만 담임교사가 5번 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 했다. "담임을 돌려달라"는 구호가 나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전북교사노조와 전북교총, 전교조전부지부가 8일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악성민원 학부모들에 대한 엄중한 법적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임충식 기

상황이 심각해지자 전북지역 교원단체가 나섰다. 전북교사노조와 전북교총, 전교조전부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전주 모 초등학교 학부모의 무분별한 악성민원으로 인해 학생들은 학습권 및 다양한 경험을 체험하며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빼앗겼다. 게다가 A 씨의 경우 ‘레드카드’ 사건으로 잘 알려진 학부모로, 이미 서거석 교육감으로부터 고발을 당했음에도 또 다른 학교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전북교육청은 공교육을 훼손하고 학교 운영을 마비시키는 악성민원 보호자에 대해 엄중한 법적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는 악성민원에 의해 공교육이 훼손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한다”면서 “교육부 역시 악성민원인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전북교육인권센터는 “일부 학부모의 부당한 소송과 민원으로부터 학생과 교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또 피해를 입은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은 신속하게 보호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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