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구호·피아식별띠' 군 기밀 줄줄이 빼갔다…軍간부 노린 대부업자(종합)
군사기밀 담보 돈 빌려주고 3만% 이자 갈취
대부업자 A 씨 등 3명 구속기소
- 강교현 기자, 장수인 기자
(전주=뉴스1) 강교현 장수인 기자 =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암구호(暗口號)를 요구하고 이를 빌미로 군 간부들을 협박한 불법 대부업자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군사Ⅲ급 기밀을 유출한 채무자들에게 3만% 이상의 연 이자율을 적용해 대출금을 변제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이자율은 25%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한연규)은 군사기밀보호법·대부업법·채권추심법 위반 혐의로 대부업자 A 씨(37)와 직원 B 씨(27)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불법 대부업체 운영자인 A 씨 등은 군 간부 3명에게 암구호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이를 빌미로 협박해 불법 채권 추심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급전이 필요한 채무자 41명에게 약 1억 8560만 원을 대출해준 뒤 최대 연 이자율 3만416%를 적용해 1억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돈을 빌린 장교 등 군 간부 C 씨 등 3명은 인터넷 도박과 코인 투자 실패 등으로 빚을 지자, 불법 대출을 받기 위해 A 씨 등에게 암구호 등 군사기밀을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C 씨 등 3명이 A 씨로부터 빌린 돈은 각각 100만~200만원 상당이었다.
당초 A 씨 등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대가로 암구호 제공을 요청받은 군 간부는 10명이었지만, 그중 7명은 제안을 거절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결과 A 씨 등이 대출 담보로 받은 군사기밀은 암구호뿐만 아니라 피아식별띠, 산악 기동훈련 계획 문서, 부대 조직배치도 등의 군 내부 지시 전파 공문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수집한 암구호 등을 채권추심 협박용으로 사용했다. 다만 현재까지 외부로 유출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암구호는 아군과 적군 식별을 위해 정해놓은 말로, 국방보안업무훈령에 따라 3급 비밀로 규정된 군사기밀이다. 단어 형식으로 매일 변경되고 전화로도 전파할 수 없다. 또한 유출될 경우 즉시 폐기하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 등 보안이 중요하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대포폰 33대의 전자정보 등을 분석, A 씨 등이 41명의 채무자를 상대로 1억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한 사실도 확인했다.
앞서 국군 방첩사령부와 검·경은 지난 5월 충청도 지역에서 근무하는 현역 군인들이 불법 대부업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암구호를 유출한 정황을 포착, 이에 대한 수사를 펼쳐왔다.
현재 검찰은 군·경과 함께 공범과 추가 범행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A 씨 등과 같이 불법 대부업을 해온 2명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고 밝혔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검·경·군 수사기관의 협력을 강화해 이 사건을 비롯해 다변화하는 안보 범죄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의 선고와 불법 수익에 대한 적절한 환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oooin9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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