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내내 "외도했지?"…74세 의처증 남편, 아내 잔혹 살해 [사건의 재구성]

아내 이혼 요구에 '불륜관계 때문' 의심, 무자비 살해 70대 남편
재판부 "둔기·흉기 번갈아 사용, 매우 잔혹"…'징역 20년' 선고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익산=뉴스1) 강교현 기자 = "못 살겠다. 이혼하자."

24년간 계속된 의처증은 결국 끔찍한 비극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지난 2월22일 오전 8시24분께 전북 익산시 여산면의 자택 마당에서 아내 B 씨(60대)가 남편 A 씨(74)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생을 마감했다.

법원 등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지난 2000년 2월께 재혼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결혼 직후부터 시작된 A 씨의 의처증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다툼도 점점 잦아졌다.

A 씨 의처증은 과거 전처와의 이혼 경험에서 비롯됐다. 전처의 외도로 결혼생활의 파탄을 경험한 그에게 아내에 대한 의심은 고질병이 됐다.

A 씨는 평소 종교시설을 운영하던 아내와 봉사활동을 위해 시설을 찾은 남성들과의 사이를 이유 없이 의심했다. 이 같은 의심은 아내가 지인 남성 C 씨와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본 뒤로 더욱 심해졌다.

그러던 중 A 씨는 지난 2022년에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게 됐다. 말과 행동이 느려졌다는 이유로 아내의 타박이 이어졌다. 그리고 아내가 이혼 요구까지 하자 의처증은 더욱 심해졌다.

A 씨는 아내의 요구가 C 씨와의 불륜 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건 당일에도 비슷한 이유로 말다툼이 벌어졌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던 이들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졌고, 아내 B 씨는 "못 살겠다. 이혼하자"며 남편을 향해 소리쳤다.

아내의 말에 격분한 A 씨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당시 A 씨는 주방에 있던 흉기를 B 씨에게 휘두른 것도 모자라 자신을 피해 마당으로 도망친 아내를 쫓아가 머리채를 잡고 잔인하게 찔렀다. 또 흉기에 찔린 상태에서 재차 도망치는 아내를 주변에 있던 둔기로 20여 차례 폭행했다.

A 씨의 잔인한 행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마당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 아내를 또다시 흉기로 찌르고 둔기로 때리기도 하는 등 잔혹하게 살해했다.

A 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돼 법정에 섰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매우 잔혹한 방식으로 범행한 것도 모자라 도망가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저항한 피해자를 쫓아가 살해했다"며 "피해자가 극심한 공포 속에서 고통을 겪다가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와 갑작스럽게 이별하게 된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검사와 A 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양진수)는 "원심판결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과 불리한 정상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고한 점을 감안할 때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