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두 곳에 봉투 놓고 사라진 남성…봉투 속에는 현금 33만원

“어린이와 청소년 돕고 싶다”…중학생 자녀도 동참

한 중년의 남성이 지난 13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인후3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에게 흰 봉투를 건넨 뒤 사라졌다. 봉투에는 현금 33만 원과 '저소득층 아이와 청소년을 돕고 싶다'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전주시 제공)/뉴스1

(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추석명절을 앞둔 지난 13일 오전 10시께 전북자치도 전주시 인후3동 행정복지센터(동장 국승기)에 40~50대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들어왔다. 잠깐 주변을 살피던 이 남성은 주머니에서 꺼낸 흰 봉투를 다짜고짜 직원에게 건넸다. 들고 온 쌀 한 포대도 함께 건넸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졌다.

이 남성이 건넨 봉투에는 현금 33만 원이 들어있었다. 모두 1만 원권 지폐였다.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도 있었다. 편지에는 “인후3동 주민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작은 정성을 담았다. 관내 저소득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움의 됐으면 한다”고 적혀 있었다. 또 “앞으로 꾸준히 기부하더라도 절대 찾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사실 나이도 이름도 모르는 이 중연 남성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 6월 14일과 지난 7월 17일, 8월 20일에도 흰 봉투를 놓고 사라졌다는 게 행정복지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남성이 건넨 봉투에는 모두 현금 30만 원과 편지가 들어있었다. 내용도 비슷했다.

이전과 달리 이번에 기부 액수가 3만 원이 더 늘어난 것은 중학생 자녀도 함께 동참했기 때문이다.

봉투를 받은 행복센터 직원 이찬미 씨는 “봉투 속에 들어있던 편지 내용을 통해 중학생 자녀가 아껴 모은 용돈 3만 원도 이번 기부금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면서 “자녀와 함께 아름다운 선행을 펼치는 모습에 정말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름도 나이도 모르지만 이 익명의 기부자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후3동 성두현 동네복지팀장은 “벌써 네 번째 이어진 선행으로 인해 기부금 액수도 123만 원으로 늘어났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외된 이웃들에게 온기를 더해준 기부자에게 감사드린다”며 “기부자의 선행이 지역사회 내 나눔 확산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부된 성금은 사랑의 공동모금회를 통해 인후3동의 저소득층 어린이와 청소년 등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아동 가정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우아 2동 주민센터(동장 김태완)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부 일자와 방법, 기부금액이 모두 같은 점을 감안할 때 동일인물로 추정되고 있다.

우아 2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우리 동사무소에서도 익명의 기부자의 선행이 지난 6월부터 이어지고 있다”면서 “기부 시기와 기부금액, 옷차람, 연령대 등을 종합할 때 인후3동의 기부자와 동일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94ch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