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한자가 아닌 한글이 주인이 돼야…K-서예로 '세계화' 이뤘으면"

푸른돌‧취석 송하진 전 전북지사, 첫 초대전 서울과 전주서 개최
송 전 지사 "국적 분명한 K-서예…모두 같이 즐겼으면"

송하진 전 전북지사 ⓒ News1 유경석 기자

(전북=뉴스1) 장수인 기자 = "읽기 어려운 한자가 아닌 우리의 아름다운 한글로 당당하고 정성스레 써낸 K-서예를 같이 나누고 싶어요."

일평생을 정치·행정가의 삶을 살아온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72)가 묵향을 가득 품은 서예가로서 세상과 소통에 나선다.

송 전 지사는 자신의 첫 초대전인 '거침없이 쓴다, 푸른돌‧취석 송하진 초대전'을 갖는다. 초대전은 이달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10월 1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전주 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초대전에서는 총 105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송하진 전 도지사는 국내 서예계에서는 익히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조부인 유재 송기면 선생과 부친 강암 송성용 선생의 영향을 받아 눈만 뜨면 붓글씨를 써왔던 서예 사랑꾼이다. 송기면 선생은 서예가이자 큰 유학자였고, 강암 송성용 선생은 근현대 한국서예를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송 전 지사는 조부와 부친의 영향으로 성장하는 내내 서예와 한문과 함께 했다. 초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작품 활동을 펼쳐온 그는 이미 4000여점의 작품을 남긴 서예가이다. 상당수의 현판과 비문, 제호 등도 남겼다.

서예가 푸른돌‧취석(翠石)으로 활동을 재개한 그를 지난 11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현대미술관에서 직접 만났다.

먼저 첫 초대전을 열게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어릴 때부터 서예를 해왔고, 누군가 부탁하면 글을 써주기도 했기에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다만 세상을 향해 첫 전시를 열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송하진, 꿈틀꿈틀 출렁출렁 넘실넘실, 210×150cm

초대전을 열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초대전을 통해 서예의 '대중성·한국성·세계성'을 위해 고민하며 추구해 왔던 ‘한국서예’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송 전 지사는 "대중들이 서예를 접할 때마다 한자 때문에 당혹스러워하는 걸 보고, 서예를 보다 쉽게 즐길 수 잇는 예술로 만들 수는 없을까 고민하게 됐다"며 "예술은 모두 사회적 기능을 갖고 있는데 서예는 그 부분이 약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한글이 주인이 되는 한국서예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카소하면 스페인을 떠올리는 것처럼 모든 예술은 국적이 있다"며 "그런데 서예는 한문 한자를 쓰니까 한국 사람이 썼는지 중국, 일본 사람이 썼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거침없이 쓰는 서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송 전 지사는 "누군가는 아무렇게나, 주저하지 않고 쓴다는 뜻으로 말하던데 그게 아니다"면서 "공식화된 과거의 인습에 지나치게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또 답답한 공식에서 벗어나자는 뜻이다. 예술은 원래 자유의지의 발현이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과거의 인습을 벗어난 서예가 '거침없이 쓰는 서예'라는 것이다.

송하진 전 전북지사 ⓒ News1 유경석 기자

초대전 관람객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초대전을 찾는 모든 분들이 보이는 데로 작품을 느꼈으면 한다"며 "작품을 보면서 어렵게 어떤 의미와 정답을 찾지 말고,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즐겼으면 좋겠다. 궁극적으로 작품은 감상자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송하진 전 전북지사는 "서예는 붓으로 먹물을 찍어, 붓글씨를 써서 아름다움을 만드는 행위"라며 "이에 연극이나 무용, 서양화, 추상화 등의 예술을 보고 느끼며 서예로 어떤 표현을 할지 항상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한자가 아닌 한글이 주인이 되는 K-서예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서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soooin9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