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된 딸 어머니의 분노 "반성문 꼼수 감형 없애달라'

지난달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호소

중학교 동창들과 간 여행 숙소에서 폭행당해 식물인간이 된 딸의 어머니가 반성문 제출을 통한 '꼼수 감형'을 없애달라고 국회에 청원했다.(국회 청원 게시판 캡쳐)2024.9.12/뉴스1

(전북=뉴스1) 강교현 기자 = 중학교 동창들과 간 여행 숙소에서 폭행당해 식물인간이 된 딸의 어머니가 반성문 제출을 통한 '꼼수 감형'을 없애달라고 국회에 청원했다. 가해자만을 위한 제도라는 이유에서다.

1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8월26일 '부산여행 동창생 폭행 식물인간 사건 관련 가해자만을 위하는 법제도 개선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사람은 피해자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저희 딸은 부모에게 아프다는 말도 못한 채 식물인간이 된 상태로 지내고 있다"며 "가해자는 1심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사과 한마디 없다가 감옥에 간 후엔 매일같이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며 감형을 노리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어 "가해자만을 위하는 현재 법제도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돼 세가지 청원을 제안한다"며 "부디 저희 딸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 청원에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뢰할 수 있는 일관된 사건처리 매뉴얼 개선 필요 △형사재판에서의 피해자와 가족의 참여권 강화 △반성문 꼼수 감형 폐지 등을 제안했다.

어머니는 "가해자가 쓴 반성문은 오직 판사만 볼 수 있으며 과연 이것이 누굴 위한 반성문인지 모르겠다"면서 "반성의 진정성 여부는 반드시 피해자와 가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법률상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게시된 이 청원에는 이날 오후 4시 현재까지 45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 게시 30일 동안 5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의된다.

한편 이 사건 가해자인 A 씨(20)는 지난 2023년 2월6일 부산의 한 숙소에서 친구 B 씨(20·여)를 폭행해 전신마비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등에 따르면 당시 B 씨는 함께 여행을 간 동성친구와 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이들의 싸움에 끼어들어 B 씨의 머리를 2차례 밀치는 등 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에게 폭행당한 B 씨는 바닥에 쓰러지면서 탁자에 경추를 부딪혀 크게 다쳤다. 현재 B 씨는 외상성 내출혈 진단을 받고 전신마비 식물인간이 된 상태다.

사건이후 B 씨의 어머니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해자의 엄벌을 호소했고,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A 씨에 대한 구형량을 징역 5년에서 8년으로 상향, 엄벌에 처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인공호흡기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 상태로 앞으로도 의학적 조치를 계속 받아야 한다"면서 "피해자의 부모가 큰 고통을 받고 있고 추후 상당한 의료비와 간병비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일반적인 중상해 사건보다 무거운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현재 검찰은 A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피해 여성 측 가족과 변호인은 "A 씨에 대한 혐의를 중상해에서 살인 미수나 상습특수중상해로 변경해야 한다"고 검찰과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10월 16일에 열릴 예정이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