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자'는 말에 격분 아내 흉기 살해 70대, 항소심도 징역 20년
항소심 재판부 "원심 무겁거나 부당하지 않아"…원심 유지
- 강교현 기자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흉기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70대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양진수)는 1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74)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 씨는 지난 2월22일 오전 8시24분께 전북자치도 익산시 여산면 자택 마당에서 아내 B 씨(60대)를 폭행한 뒤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A 씨는 B 씨가 이혼을 요구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평소 아내의 외도를 의심했으며, 이런 이유로 B 씨와 자주 다퉜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A 씨는 종교시설을 운영하던 아내와 봉사활동을 위해 시설을 찾은 남성들과의 사이를 이유 없이 의심하는 등 과도한 의처증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증세는 아내가 지인 C 씨와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본 뒤로 더욱 심해졌다.
지난 2022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게 된 A 씨는 이후 B 씨로부터 이혼 요구까지 받았다. A 씨는 이같은 아내의 요구가 C 씨와의 불륜 관계 때문이라고 의심했다.
사건 당일에도 비슷한 이유로 말다툼이 벌어졌다.
"못 살겠다. 이혼하자"는 아내의 말에 격분한 A 씨는 주방에 있던 흉기를 들고 와 B 씨에게 휘둘렀다.
당시 A 씨는 자신을 피해 마당으로 도망친 아내를 쫓아가 머리채를 잡고 잔인하게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흉기에 찔린 상태에서 재차 도망치는 아내를 주변에 있던 둔기로 20여 차례 때린 것으로 파악됐다.
A 씨의 잔인한 행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마당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못하는 아내를 또다시 흉기로 찌르고 둔기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흉기와 둔기를 바꿔가며 아내를 무자비하게 공격한 것도 모자라 흉기를 빼앗아 도망가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저항한 피해자를 쫓아가 살해했다"며 "피해자가 극심한 공포 속에서 형언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다가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이고, 범행 방법이 매우 잔혹한 점을 감안할 때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었다.
검사와 A 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과 불리한 정상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고한 점을 감안할 때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무겁거나 부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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