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원에 수사정보 흘린 '베테랑' 경찰 항소심서 '선고유예'
1심 재판부 "증거 인멸 등 초래, 외부 누설 안 돼"…집유
항소심 재판부 "의욕 앞서 범행…부정한 이익 목적 아냐"
- 강교현 기자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불법 도박 사이트 관련 수사 정보를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경찰관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전주지법 제3-1형사부(부장판사 김은영)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된 A 경감(56)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선고를 유예했다고 26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형의 선고를 미뤄줬다가 일정 기간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형 선고가 없도록 해주는 제도다.
A 경감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7월까지 불법 도박 사이트 조직과 관련한 수사 정보를 9차례에 걸쳐 사건 관계인 B 씨 등에게 누설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B 씨는 수사 단서를 경찰에 제공한 제보자이기도 하다.
조사결과 A 경감은 B 씨에게 "압수수색 장소 사전 답사를 했고, 이제 할 것이다", "추가 계좌 추적을 하고 있다", "아무개를 구속할 계획이다" 등의 내용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A 경감이 B 씨에게 보낸 메시지와 통화 기록을 근거로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 경감은 "첩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일부 단어를 언급했을 뿐 비밀을 누설한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보 공유 차원에서 알려줬다 하더라도 관련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이 전달되면 수사기관에서 확보하지 못한 자료를 인멸하거나 증거를 조작할 수 있고, 허위 진술을 준비하는 등 수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여력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경찰공무원으로서 공무상 비밀을 엄수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아 죄책이 가볍지 않지만, 초범이고 이 사건 범행으로 별다른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사와 A 경감은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경감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B 씨로부터 협조를 받고 있었지만 범죄 연관성이나 잠재적인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을 인식한 무렵부터는 비밀엄수의무에 더욱 예민했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정보를 얻는다는 명분으로 계좌추적 등 수사 결과나 진행 상황, 향후 수사 방향 등을 공유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유했던 수사 정보가 어느 정도 흘러 나가기도 했지만, 수사에 실질적으로 방해된 정황 없이 결국 관련자들의 구속·기소 처벌로 이어졌다"면서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30년 이상 경찰관으로 근무하며 다수의 포상을 받았으며 징계·처벌 전력이 없는 점, 유의미한 수사 정보를 추가 수집하겠다는 의욕이 앞서 범행을 초래한 면이 있으나 부정한 이익을 목적으로 한 행위가 아닌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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