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라진 내 딸 윤희, 지금도 현실이 아닌 것 같아요"

'전북대 수의대생 이윤희 실종사건' 부친 이동세 씨 북콘서트 열어
이 씨 "성인 실종 사건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이윤희법' 추진"

18년전 실종된 전북대 수의대생 이윤희 씨의 아버지 이동세 씨(87)가 18일 전북 전주시 효자동 한 라이브카페에서 최근 발간한 책 '이윤희를 아시나요?' 북콘서트에 참여했다. 2024.7.18/뉴스1 ⓒ News1 장수인 기자

(전주=뉴스1) 장수인 기자 = "내 딸 윤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이 지금도 현실이 아닌 것 같아요. 내 주위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요."

18년 전 실종된 전북대학교 수의대생 이윤희 씨의 아버지 이동세 씨(87)가 북콘서트에서 한 말이다.

이 씨는 18일 오전 전북자치도 전주시 효자동의 한 라이브카페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그 동안 속에 담아뒀던 마음을 털어놨다. 이 씨는 최근 '이윤희를 아시나요'를 발간했다. 책에는 딸을 찾기 위한 노부부의 간절한 마음과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다짐이 담겨있다.

이날 북콘서트 행사장 분위기는 엄숙했다. 환하게 웃는 이윤희 씨의 사진을 등지고 청중을 마주 보고 앉은 이 씨의 표정 역시 어두웠다. 이 씨는 행사 중에도 한숨과 함께 깊은 생각이 잠기기도 했다. 딸 이윤희 씨와 관련된 사회자의 질문에도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카페 곳곳에는 이윤희 씨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전시됐다. 또 실종된 뒤 딸을 찾기 위해 이동세 씨가 직접 만든 홍보물도 볼 수 있었다. 이윤희 씨가 실종 전까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손때 묻은 다이어리 등이 놓여있기도 했다.

이 씨는 "(나에게는) 막내딸 이윤희까지 포함해서 1남 3녀가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아직 세 명의 자녀가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죽기 전에 내 자식들 1남 3녀가 같이 모여서 즐기는 그런 상상을 해요. 만약에 이윤희를 찾을 수 있다면 한적하고 좋은 곳에 온 가족이 여행이라도 한번 다녀왔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있어요"라고 간절한 심정을 전했다.

2006년 6월 실종된 전북대 수의대생 이윤희 씨와 그의 부친 이동세 씨(87)가 최근 발간한 책 '이윤희를 아시나요?' 뉴스1 ⓒ News1 장수인 기자

'이윤희를 아시나요?'에는 지난 2006년 6월 6일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에서 실종된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 이윤희 씨에 대한 기록이 담겼다. 단순한 기록의 의미를 넘어, 18년여의 세월 동안 딸 이윤희 씨를 찾아 나선 아버지의 한이 담겨있다.

이 씨는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 책을 낸 게 전혀 아니다. 사람들이 이 사건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며 "또 나와 같은 슬픔과 고통을 다른 사람이 겪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 실종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해진 틀에 의해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이윤희법'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며 "그래서 앞으로 이 책은 입법 과정에 관여되는 국회의원 100여명과 정부, 지자체 등에 보내서 이윤희법이 반드시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 씨는 가칭 '이윤희법' 추진을 위해 범국민 입법추진위원회를 만드는 등 활동을 시작했다.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에 나주봉 대표와 백석대학교 이건수‧임금석 교수가 함께하기로 했다.

이동세 씨는 "내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이윤희를 찾는 것을 멈추지 않고 계속할 것"이라며 "또 나와 같은 슬픔을 더 이상 다른 분들이 당하지 않도록 성인 실종법 즉 '이윤희법'을 반드시 관철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유성호 서울대 교수(법의학자)는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단순한 사건의 추적을 넘어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가족의 심정을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라며 "아버지가 직접 써 내려간 이야기는 그의 딸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그녀를 되찾기 위한 열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더 늦지 않게 이윤희 씨의 진실이 그의 아버님과 가족에게 밝혀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soooin9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