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라진 내 딸 윤희, 지금도 현실이 아닌 것 같아요"
'전북대 수의대생 이윤희 실종사건' 부친 이동세 씨 북콘서트 열어
이 씨 "성인 실종 사건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이윤희법' 추진"
- 장수인 기자
(전주=뉴스1) 장수인 기자 = "내 딸 윤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이 지금도 현실이 아닌 것 같아요. 내 주위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요."
18년 전 실종된 전북대학교 수의대생 이윤희 씨의 아버지 이동세 씨(87)가 북콘서트에서 한 말이다.
이 씨는 18일 오전 전북자치도 전주시 효자동의 한 라이브카페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그 동안 속에 담아뒀던 마음을 털어놨다. 이 씨는 최근 '이윤희를 아시나요'를 발간했다. 책에는 딸을 찾기 위한 노부부의 간절한 마음과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다짐이 담겨있다.
이날 북콘서트 행사장 분위기는 엄숙했다. 환하게 웃는 이윤희 씨의 사진을 등지고 청중을 마주 보고 앉은 이 씨의 표정 역시 어두웠다. 이 씨는 행사 중에도 한숨과 함께 깊은 생각이 잠기기도 했다. 딸 이윤희 씨와 관련된 사회자의 질문에도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카페 곳곳에는 이윤희 씨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전시됐다. 또 실종된 뒤 딸을 찾기 위해 이동세 씨가 직접 만든 홍보물도 볼 수 있었다. 이윤희 씨가 실종 전까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손때 묻은 다이어리 등이 놓여있기도 했다.
이 씨는 "(나에게는) 막내딸 이윤희까지 포함해서 1남 3녀가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아직 세 명의 자녀가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죽기 전에 내 자식들 1남 3녀가 같이 모여서 즐기는 그런 상상을 해요. 만약에 이윤희를 찾을 수 있다면 한적하고 좋은 곳에 온 가족이 여행이라도 한번 다녀왔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있어요"라고 간절한 심정을 전했다.
'이윤희를 아시나요?'에는 지난 2006년 6월 6일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에서 실종된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 이윤희 씨에 대한 기록이 담겼다. 단순한 기록의 의미를 넘어, 18년여의 세월 동안 딸 이윤희 씨를 찾아 나선 아버지의 한이 담겨있다.
이 씨는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 책을 낸 게 전혀 아니다. 사람들이 이 사건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며 "또 나와 같은 슬픔과 고통을 다른 사람이 겪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 실종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해진 틀에 의해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이윤희법'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며 "그래서 앞으로 이 책은 입법 과정에 관여되는 국회의원 100여명과 정부, 지자체 등에 보내서 이윤희법이 반드시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 씨는 가칭 '이윤희법' 추진을 위해 범국민 입법추진위원회를 만드는 등 활동을 시작했다.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에 나주봉 대표와 백석대학교 이건수‧임금석 교수가 함께하기로 했다.
이동세 씨는 "내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이윤희를 찾는 것을 멈추지 않고 계속할 것"이라며 "또 나와 같은 슬픔을 더 이상 다른 분들이 당하지 않도록 성인 실종법 즉 '이윤희법'을 반드시 관철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유성호 서울대 교수(법의학자)는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단순한 사건의 추적을 넘어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가족의 심정을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라며 "아버지가 직접 써 내려간 이야기는 그의 딸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그녀를 되찾기 위한 열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더 늦지 않게 이윤희 씨의 진실이 그의 아버님과 가족에게 밝혀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soooin9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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