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다 망가져부렀어"…엉망된 수해지역·달려온 자녀들
완주 운주면 주민들, 젖은 집기와 가재 도구에 '한숨'
전북도 "신속한 피해조사와 응급 복구할 것"
- 강교현 기자
(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어떡하면 좋아, 다 망가져부렀어."
11일 오전 8시30분께 전북자치도 완주군 운주면 장선리의 한 마을. 전날 새벽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은 마을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이곳은 지난 10일 새벽 쏟아진 폭우로 마을 인근의 하천 제방이 유실되는 등 주택 수십여채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주변 논밭도 물에 잠겨 쑥대밭이 됐다.
마을 도로는 온통 진흙탕 범벅이었고 주택 앞에는 물에 젖어 망가진 냉장고와 옷장, TV 등 살림살이들로 가득했다.
비가 그친 뒤 집을 다시 찾은 주민들은 빗물과 흙으로 범벅된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주민 손채영 씨(64·여)는 "당시 많은 비가 내린다는 행정복지센터의 대피 안내를 듣고 부랴부랴 친척 집으로 피신했다. 이렇게나 많이 (비가) 쏟아져서 엉망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침 6시부터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데 끝이 없다"며 "냉장고와 보일러 등이 다 망가져서 이제 어떻게 할지 한숨만 나온다"며 탄식했다.
땀을 흘리며 집을 정리하고 있던 최 모 씨(48)는 "80대인 어머니 혼자서 집을 치우시기에는 어려우실 것 같아서 직장에 하루 연차를 내고 왔다"며 "하루 이틀 걸려서 치울 양이 아닌 것 같아 회사에 상황을 전하고 며칠 더 휴가를 낼 생각이다. 집은 엉망이지만, 어머니가 무사하셔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가재도구를 정리하던 주민들 사이에서는 탄식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두운 표정으로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던 한 주민은 "소금 10포대가 다 녹고 껍데기밖에 안 남았어"라고 전하기도 했다.
복구 작업은 보건지소와 파출소, 우체국, 초등학교 등 관공서와 공공시설에서도 이뤄지고 있었다.
우체국에서 만난 직원 A 씨는 "아침부터 직원들과 젖은 물건과 집기들을 꺼내고 정리하느라 정상적인 업무는 생각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0일 완주군 운주면 일대에서는 주민 18명이 밤사이 쏟아진 폭우로 인해 불어난 하천물에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주민들은 신고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무사히 구조된 바 있다.
전북자치도 등에 따르면 현재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3단계를 1단계로 하향하고 시·군과 응급 복구에 나섰다.
행안부는 비 피해가 큰 완주와 익산 등을 대상으로 특별재난지역 우선 선포를 위한 사전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공공시설의 경우 17일까지, 사유 시설은 20일까지 피해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신속한 피해 조사와 응급 복구를 통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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