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위해 '의대증원' 맞지만 전북 필수의료는 붕괴 위기…왜

필수의료 지켜온 전북 지도전문의 129명 '조용한 사직'

전북자치도 익산시 원광대병원 대강당에서 원광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사직서 전달을 마치고 가운을 반납하고 있다. 2024.4.29/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북=뉴스1) 장수인 기자 = 최근 법원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기각했다. 필수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전북의 경우 앞으로 계속된 인력 부족으로 필수의료 취약지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집단사직을 한 전공의들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련병원 내 지도전문의(교수)들까지도 '조용한' 사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면서다. 또 증원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기피과로 알려진 필수과에 들어올 의대생들은 없을 것이란 게 교수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19일 전북지역 상급종합병원에 따르면 전북대학교병원 내 필수의료과 소속 지도전문의는 94명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내과 53명 △외과 16명 △소아청소년과 16명 △산부인과 9명이다.

원광대학교병원의 경우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내과 36명 △외과 15명 △소아청소년과 8명 △산부인과 4명으로 전체 63명의 의료진 중 절반 정도가 지도전문의로 파악됐다.

이들은 지난 2월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을 대신해 의료 현장을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사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전공의와 학생들이 없으면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아직까지 큰 움직임으로는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향후 사직행렬이 계속되면 전북지역 필수의료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는 지난 2022년부터 최근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의 전공의 모집 결과만 봐도 추측 가능하다. 실제 해당 과들이 최근 2년간 진행한 전공의 모집에서 잇따라 정원 미달을 기록했다.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병원이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3.26/뉴스1 ⓒ News1 장수인 기자

수련병원 내 지도전문의들까지도 사직한다면 전북지역 대학병원 필수과는 수련기관 조건에 미달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수련의 배출은 물론 지역 필수의료를 위해 현장을 지킬 의사는 점차 사라지게 된다.

뉴스1과의 통화에서 원광대 의대 한 교수는 "정부에서는 전임의 30% 정도가 안 들어왔다고 하는데 30%는 엄청난 것이고, 문제는 필수과에 안 들어온 것"이라며 "앞으로는 더욱 피부과와 성형외과 같은 인기과로만 쏠리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지역에서 필수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대학병원 뿐이고, 이것도 그동안 전공의들이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는데 이제는 교수님들마저 떠날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며 "지역에 연고가 없어도 지역의료를 생각하면서 계셨던 분들이 많았는데, 이번 의대증원 이후로 몸과 마음이 다친 교수님들이 많아서 아마 올해 연말부터 큰 폭으로 사직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북지역 의대 교수는 "지금 상황을 놓고 유럽식 의료 도입을 이야기 하는 분들이 있다"며 "환자보다 본인의 근무 시간만 생각하는 유럽의 의사들을 알고 하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수가 늘어나면 수도권은 지금보다 더 살기 좋아지겠지만, 지역의료는 앞으로 굉장히 많이 힘들어질 것"이라며 "당장 급한 수술이 필요할 때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 3월 초 전북대 의대 교수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전체 소속 교수 82.4%가 '사직서를 제출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원광대 의대 교수들은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 의견에 따라 전체 150여명의 의대 교수 중 110여명의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soooin9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