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억원 적자…'허리띠' 졸라매는 전북 상급종합병원
전북대병원 "경영난 지속…의료 공백 길어질수록 정상화 오래걸려"
원광대병원도 "5월까지 버티지만 이후에는 힘들어"
- 강교현 기자, 장수인 기자
(전북=뉴스1) 강교현 장수인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계획에 반발한 의료계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전북지역 상급 종합병원들의 경영난도 계속되고 있다.
전북대병원의 경우 지난달부터 간호사를 포함해 병원 직원들 대상 무급휴가에 돌입했고,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고 있다. 원광대병원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동참하면서 경영난은 더욱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전북대병원은 지난 2월 전공의 이탈로 시작된 의료 공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전북대병원은 지난달 병원 5층의 병동 1곳을 폐쇄하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진료·수술이 감소하면서 병원이 수용할 수 있는 환자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병상은 전공의 '파업' 전이던 지난달 20일 대비 30% 축소 운영되고 있다. 또 전체 수술실 21개 중 30~50%만 가동되고 있다.
하루 수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면서 지난달 18일부터 간호사를 포함한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율적인 무급휴가도 시행되고 있다.
현재 전북대병원은 과거 만들었던 마이너스통장(150억~200억 원 규모)을 사용해 병원 운영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금전적인 부분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의료진의 업무 과부하로 인한 피로도 누적이 가장 큰 문제"라며 "또 의료 공백 사태가 길어질수록 정상화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이 사태가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원광대병원도 어려운 상황은 비슷하다.
이 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후 병동 4개를 폐쇄하면서 병상 가동률은 기존의 65% 정도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일일 수입이 기존보다 2억~4억 원 상당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원광대병원은 수입 감소로 인한 병원 운영을 위해 예비비 일부를 인건비 등 고정 지출에 사용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간호사 등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는 진행하지 않고 있는 등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전북대병원과 달리 마이너스 통장 개설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 안팎에선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병원들이 버틸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원광대병원 관계자는 "앞으로 2달, 5월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북대병원 소속 전공의는 인턴 52명, 레지던트 154명으로 총 206명이다. 그중 소수 인원을 제외한 대다수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원광대병원도 전공의 126명 중 90여 명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교수들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북대병원 전문의 교수는 총 241명(의대 겸직교수 122명, 임상교수 53명, 전임의사 19명, 기타 계약 전문의 47명)이다. 이들 교수들은 근무시간을 법정 근무시간인 주 52시간으로 줄이고, 외래 진료도 최소화하고 있다. 사직서도 제출했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원광대학교의 경우 의대교수 150여 명 중 110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원광대 비대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102명의 응답 교수 중 99명(97.1%)이 사직서 제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보다 많은 숫자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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