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심판해야” vs “능력있는 후보 뽑아야” 정치1번지 전주을 민심은?
현역 국힘 정운천·진보당 강성희, 민주당 이성윤 등 5명 격돌
유권자 "민주당 힘 실어줘야"…"새로운 변화 필요" 의견 다양
- 임충식 기자, 강교현 기자, 장수인 기자, 김경현 기자
(전북=뉴스1) 임충식 강교현 장수인 김경현 기자 = “누가 뭐라 해도 현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힘 있는 후보가 돼야지.”
“당은 필요 없어. 서민들, 특히 전주를 잘 알고 애정이 있는 사람이 돼야지.”
‘전주을’은 흔히 전북자치도 ‘정치 1번지’로 불린다. 도내 10개 선거구 중 가장 관심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전북특별자치도청과 교육청, 경찰청 등 주요 관공서가 밀집해 있고, 상권도 가장 크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많은 만큼, 정치 현안에 민감한 지역이기도 하다. 신도시가 위치해 상대적으로 유권자의 연령층도 젊다.
특히 이 곳은 ‘민주당 텃밭’이라는 공식이 깨진 곳이다. 실제 지난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이던 정운천 의원이, 지난 21대 보궐선거에서는 진보당 후보였던 강성희 의원이 당선됐었다. 민주당에서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곳인 셈이다.
정치 1번지답게 이번 22대 총선에도 전북지역 선거구 중 가장 많은 5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국민의힘에선 현역인 정운천 의원(비례대표)이 3선에 도전한다. 정 의원은 이번 총선을 자신의 정치 여정의 마지막으로 보고 있다. 전북자치도의 발전을 위한 정치적 균형을 강조하며 "쌍발통"을 외치고 있다. 소속은 국민의힘이지만 전북자치도의 예산확보와 현안 해결 등에 남다른 능력을 보여주면서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많다. 정 후보는 지난 28일 삭발을 하고 함거(죄인을 실어 나르던 수레)에 오르며 간절함을 호소하는 것으로 공식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진보당 역시 현역 의원인 강성희 의원을 후보로 내세웠다. 지난해 재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강 의원은 새로운 선거의 패러다임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20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전주을 곳곳에서 쓰레기를 줍고 경로당을 찾는 등 적극적인 운동을 벌여 시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최근에는 1월 전북자치도 출범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소리치다 끌려 나가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게 됐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민주당 인재 영입 후 10여 일 만에 치러진 경선에서 절반이 넘는 득표로 공천권을 얻을 만큼, 파괴력을 발휘했다. 다만 전북자치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점 등은 극복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이외에도 전기엽(자유민주당·68·남), 김광종(무·61·남) 후보도 출사표를 던졌다.
‘호남은 민주당 텃밭’이라는 공식이 깨진 곳이긴 하지만 여전히 민주당의 지지세가 강한 곳이고 정운천, 강성희 등 2명의 현역 의원이 출마한 만큼, 시민들의 의견도 다양했다.
효자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 씨(50대)는 “그래도 민주당이다. 검찰 정권을 견제할 수 있도록 민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정권심판을 위해서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남성은 이어 “이성윤 후보는 정치 때가 많이 묻지 않아서 성실하게 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또 당내 경선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최종 후보로 결정된 것을 보면 앞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만난 정 모 씨(37·서신동)는 “민주당에서 이성윤 후보를 공천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검찰 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에게 크게 호감을 살 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교사인 천 모 씨(29)는 정운천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다른 후보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수십 년째 민주당에 기회를 줬지만, 유의미한 발전이 없었다”며 “이제는 변화의 바람이 절실하다. 여당 소속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면 지역의 발전을 위해 조금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택시 기사 홍 모 씨(60대)도 "정운천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 전주을은 민주당 깃발을 들고 나오더라도 당선되기가 만만치 않은 곳이라는 것을 민주당은 알아야 한다"며 "현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여당 의원이 필요하다. 정 후보는 인지도도 있고 그런 역할을 잘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강성희 후보를 응원하는 시민도 만날 수 있었다. 유통업을 하는 임 모 씨(46)는 “현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역할을 민주당이 제일 잘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개인적으로는 소수 정당인 진보당의 강성희 의원에게 지지를 보내고 싶다.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으로 서민들의 아픔을 알고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김 모 씨(45)는 “아직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주에 출마한 5명 중 인지도가 있는 세 명의 후보는 각자 장점도 뚜렷하고 투표가 꺼려지는 이유도 명확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지역 사정에 대해 무지한 후보나, 논란을 만드는 후보보다는 전주에 애정을 가진, 우리 아이가 살아갈 지역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당초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이성윤 후보가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뉴스1 전북취재본부가 지난 23~2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주을 지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5.2%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조사방법은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 성, 연령대, 지역별 비례할당 무작위 추출)로 진행됐다.
이 후보에 이어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가 24.7%의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다. 1위와 2위의 격차는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밖인 30.5%p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는 11.8%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주MBC와 전주방송,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가 (주)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성윤 후보가 50.0%로 정운천 후보(21.0%)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성희 후보는 14.0%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안심)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이뤄졌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 심리가 유권자들의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면서 “정운천, 강성희 후보 역시 좋은 후보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 같은 유권자들의 심리를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한편 선관위가 집계한 전주을 선거구 유권자(2023년 10월 기준)는 총 16만6678명이다. 읍·면·동별로는 △서신동 3만3353명 △삼천 1동 1만236명 △삼천2동 1만1352명 △삼천3동 1만8088명 △효자1동 1만1334명 △효자2동 8311명 △효자3동 1만2242명 △효자4동 3만1004명 △효자5동 3만758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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