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에 남아있던 '닥나무' 활용해 체험시설…'마을까지 살렸다'

“학생은 사라졌지만 학교 가치는 새롭게”…닥나무체험관 '콩닥콩닥'
[지방지킴] 2006년 폐교 대수초, 지난해 “닥나무한지체험학습관” 재탄생

편집자주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 지방 소멸을 힘 모아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든든한 이웃을 응원합니다.

닥나무체험관 콩닥콩닥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학생들(전북교육청 제공)/뉴스1

(전북=뉴스1) 임충식 기자 = “학생은 사라져도 학교의 가치는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닥나무체험관 ‘콩닥콩닥’은 폐교 활용의 최고 모범사례라고 자부합니다.”

닥나무체험관인 ‘콩닥콩닥’을 설명하는 김예지 팀장의 말에는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현재 콩닥콩닥에는 파견교사 1명을 포함한 6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김예지 팀장은 파견교사로 일하면서 체험관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김 팀장에게 이 곳 ‘콩닥콩닥’은 단순한 폐교 활용의 우수사례 그 이상이다. 적막했던 마을에 활력을 찾아주고 있는 고마운 존재이자 졸업생들에게 추억을 선물해주는 공간이이기도 하다. 마을교사가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등 지역과 함께하고 있는 것도 내세울만한 자랑거리다.

김 팀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늘고 있는 폐교 활용 문제는 모든 교육청이 해결해야할 숙제다”면서 “콩닥콩닥은 교육적 역할과 지역의 문화가치 창출, 경제활 성화에 기여하는 모범적인 답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닥나무체험관 '콩닥콩닥' 전경.(전북교육청 제공)/뉴스1

◇전통과 미래를 잇고 읽는 공간, 지역에는 활기를

닥나무 한지 체험관 ‘콩닥콩닥’은 지난해 6월 공식 개관했다. 들어선 곳은 지난 2006년 폐교된 대수초등학교 부지다. 닥나무 한지 체험관으로 조성된 이유는 이전부터 대수초에 자라고 있던 200여 그루의 닥나무 때문이었다. 폐교 부지에 있는 닥나무를 활용한 전통체험시설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콩닥콩닥이라는 이름은 한지를 만들 때 닥나무를 콩콩 두드리는 소리와 설레고 두근거려 콩닥콩닥하는 마음의 소리를 뜻한다. 방문객들에게 설렘과 기쁨을 주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있다.

이 곳에서는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닥나무를 활용한 한지·공예품 제작, 닥제과제빵, 닥잎제다(음료 가공) 등을 교육하고 있다. 닥나무심기부터 한지 뜨기까지 한지 제작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국 유일한 공간이다. 한지뿐만 아니라 VR, 메타버스 체험과 코딩·동영상 제작 등 아이들을 위해 창의적인 미래교육도 이뤄진다.

마을교사와 연계한 다양한 체험 교육도 이뤄진다. 한지·공예품 제작은 물론이고 닥제과제빵, 닥잎제다, 압화공예, 양초 공예, 플라워아트, 에코 염색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체험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이곳을 찾는 체험 프로그램 방문자 수는 월 평균 700명에 달한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총 4176명이 이 곳을 찾았다. 방문객의 발걸음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적막했던 마을에 체험객이 몰리니 주민들도 활력을 얻고 있다. 50년 전 수업을 받던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감회가 새롭다는 김윤식 씨는 “풀만 무성하고 삭막했던 폐교가 이렇게 멋진 학교로 변해서 지역 사회에도 큰 보탬이 되고 진짜 좋다. 활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콩닥콩닥 역사관에는 지난 2006년 폐교된 대수초등학교의 모습과 자료 들이 전시돼 있다.(전북교육청 제공)/뉴스1

◇ 학교 역사도 보존, 졸업생들에게 추억 선물

역사관은 졸업생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다. 여기에는 대수초 옛 건물의 모습을 담은 사진 자료부터 졸업생들에게 기증받은 교과서, 공책, 상장, 앨범 등이 전시되고 있다. 사라진 ‘폐교’의 옛 모습을 살려낸 흔적을 느낄 수 있어 졸업생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곳이다.

지역 연계 직원인 미화원으로 근무 중인 김영순 씨는 “남편과 아이 셋 모두 대수초 졸업생들이다. 동네 주민들이 집에 있던 자료도 기쟈디 주고 여기 근무하셨던 선생님들 자제분들이 아버지 유품을 기증해 역사관이 완성됐다”며 뿌듯해 했다.

◇교육청과 지자체 협력으로 지역맞춤형 교육·문화 거점시설 탄생

흉물스럽던 교정이 전통문화와 미래 교육을 체험하는 생태교육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데에는 교육청과 자치단체의 협력과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시작은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의 폐교 활용 추진과제인 ‘지역과 상생하는 폐교 활용’이었다. 도교육청과 부안교육지원청은 지역의 특성과 지역민이 원하는 활용도에 맞춰 폐교 활용 사업을 정했다. 폐교(대수초)에서 무성하게 자라던 닥나무를 살려 지역의 특성으로 개발한 것이다. 한지체험관 조성을 위한 예산(21억8천9백만원)도 확보했다.

부안군도 지역소멸대응기금 10억을 콩닥콩닥 조성을 위해 선뜻 내놓았다. 지역맞춤형 폐교 활용을 위해 마을주민, 지역 사회, 교육청과 군청 등 행정 기관이 모두 힘을 모은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부터 향후 운영까지 지역민 누구나 참여 가능한 마을교육공동체가 만들어졌다. 부안교육지원청은 콩닥콩닥 운영을 위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마을 주민을 미화원, 마을교사로 채용해 일자리도 창출하고, 마을교사들의 전문 분야를 살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콩닥콩닥은 24명의 마을교사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부안교육지원청에서 강사비와 재료비 등은 전액 지원한다.

김예지 팀장은 “학생과 교직원, 지역민이 운영과 활용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폐교가 새로운 삶을 얻었다”면서 “학생은 사라져도 학교의 가치는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다. 지역교육공동체의 손으로 다시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되찾게 하겠다는 새로운 폐교 활용 방안이 지역 활성화의 또 다른 해법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4ch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