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통장 만드는 전북대병원…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경영난 심화
직원들은 "이러다 진짜 망하는 거 아니냐" 걱정
원광대병원도 일일 수입 감소…“아직은 괜찮다"
- 임충식 기자, 장수인 기자
(전북=뉴스1) 임충식 장수인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전북지역 상급 종합병원들의 경영난도 심각해지고 있다.
전북대병원의 경우 병동 통폐합에 이어 간호사 대상 무급휴가 시행에 들어갔고, 마이너스 통장 개설까지 고민하고 있다. 원광대병원은 이보다는 좀 나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어렵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오는 25일부터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서를 제출하면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전북대병원은 한 달째 이어진 전공의 이탈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전북대병원은 지난 11일 병원 5층의 병동 1곳을 폐쇄했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 때문에 진료·수술이 감소하면서 병원이 수용할 수 있는 환자 수 또한 줄었기 때문이다.
이 병원의 경우 전공의 이탈 등의 여파로 현재 전체 수술실 21개 중 30~50%만 가동되고 있다. 또 병상은 전공의 '파업' 전이던 지난달 20일 대비 30% 축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병원에선 하루 수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의료 인력 공백이 경영난으로 이어지면서 병원 측은 현재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병원 측은 유지비 등 목적의 예비비(150억~200억 원)도 모두 소진한 상황이어서 마이너스 통장 개설도 준비 중이다.
이런 가운데 병원 내부에선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르면 3~4개월 안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정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 병원이 할 수 있는 수술이나 의료서비스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이익을 추구하는 병원이 아니라 공공성을 띠는 병원이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이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원광대병원도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후 일일 수입이 기존보다 2~4억 원 상당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병원 측은 예비비 일부를 인건비 등 고정 지출에 쓰고 있다.
그나마 이 병원 외래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아직 마이너스 통장 개설까진 고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광대병원은 앞서 병동 4곳을 폐쇄 조치해 병실가동률이 기존보다 현저하게 떨어진 건 맞지만, 최근 3개 병동을 다시 활성화하는 등 10여일 전보다는 상황이 좀 나아졌다고 한다.
원광대병원 관계자는 "아직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나 무급휴가 추진 등 계획은 없다"며 "병원 경영이 어려워진 건 맞지만 우리 병원의 경우 새로 추진하려는 투자 부분이 주춤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전북대병원의 경우 올 3월 신규 임용한 인원을 포함한 전공의 수는 총 206명(인턴 52명·레지던트 154명)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대다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업무를 중단한 상황이다.
원광대병원은 전공의 126명 중 90여명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soooin9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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