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전주천 버드나무’…전주시의원들 "왜 새벽에 도둑 벌목했나“

이국·최서연 전주시의원, 전주시 하천종합계획 집중 비판
전주시 “홍수예방 등을 위한 시민안전 위해 선별적 벌목”

왼쪽부터 전주시의회 이국, 최서연 의원/뉴스1

(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왜 새벽에 도둑 벌목을 했습니까. 전문가 의견도 무시한 채 무차별적으로 버드나무를 벤 진짜 이유가 뭡니까.”

22일 전북자치도 전주시의회에서 개최된 제408회 임시회 3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전주시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재해예방 하도 정비사업’이 도마에 올랐다.

이국 의원 등에 따르면 전주시는 지난달 29일 새벽, 전주천 남천교와 삼천 삼천교 일대 아름드리 버드나무를 벌목했다. 잘려나간 버드나무는 76 그루다. 앞서 시는 지난해에도 홍수 예방을 이유로 크고 작은 버드나무 260여 그루를 벌목한 바 있다. 이번에 잘린 나무는 당시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지켰던 나무였다. 벌목 후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전주시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또 SNS에서도 ‘잘려간 전주천의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챌린지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국 의원은 “지난해 하천관리 현안은 생태하천협의회에서 논의한 뒤 진행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주시가 이를 어기고 또 다시 새벽에 도둑 벌목을 진행했다”면서 “벌목 과정에서 전문가의 자문내용이 반영되지도, 관련 위원회 보고나 안건보고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효과도 의심스럽다. 하천범람을 이유로 버드나무를 벴다고 하지만 지난해 벌목 이후에도 총 9건의 홍수 피해건수가 접수됐다”면서 “도대체 버드나무를 벌목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잘려나간 전주천 버드나무(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뉴스1

최서연 의원도 보충질의를 통해 “오창원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명예교수와 오경섭 한국교원대 명예교수가 전주천·삼천 주면 버드나무가 홍수를 유발할 정도가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면서 “그럼에도 전주시는 이 같은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무차별적으로 벌목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세대에 물려줄 최고의 자산은 잘 보존된 깨끗한 자연이다. 하천관리 역시 인간이 중심이 아니라 자연보전 및 복원이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도시를 주장하고 있는 전주시가 생태보존에 역행하는 하천 정책을 펼치고 있는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생태하천협의회 주관으로 총 9회의 현장점검 및 협의를 진행했고, 지난 2월 14일에도 버드나무 제거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불가피하게 벌목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벌목은 관련 규정과 지침에 따라 이뤄졌다. 실제 홍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물길 비탈면의 버드나무만 선별해 벴고, 둔치에 있는 나무는 보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주시는 “아낌없는 조언 감사드린다. 앞으로 각계각층의 시민과 생태하천협의회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하천정비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94ch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