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 없는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 도입, 기대보다는 걱정”
전교조 전북지부 “학폭 사안 범위 줄이고 법적권한 줘야”
- 임충식 기자
(전북=뉴스1) 임충식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가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제’ 도입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29일 성명서를 내고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재로서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제도 안착을 위해서라도 학폭 사안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법적 권한을 제대로 부여하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충분한 검토와 대책 없이 교육부 발표 2개월 만에 제도를 졸속으로 실시하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지부와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은 말 그대로 학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사건을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해 12월7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 방안’에 따라 올해 도입되는 제도다. 학교폭력 해결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도교육청은 학교폭력 업무·생활지도와 학생 선도 경력이 있고, 사안파악 및 정리 등 역량을 갖춘 퇴직 교원이나 경찰 등을 선발, 학기 시작 전에 각 시군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배치되는 인원은 총 100명이다.
전북지부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북지부는 “가장 큰 문제점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위촉 봉사직 형태로 운영된다”면서 “법적 권한도 없는데 어떻게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 동안 교사들에 노출됐던 어려움을 이제 전담조사관이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앞서 전담조사관 모집을 완료한 대구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이 퇴직교원과 퇴직경찰, 청소년 전문가로 구성됐다”면서 “교사와 경찰은 사람과 사안을 대하는 관점 자체가 다른 만큼, 일관성 있는 조사도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폭력은 그 경중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교육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학교장이 해결할 사안까지 모두 외부의 전담조사관이 조사를 한다면 당사자 간 갈등이 확대될 수도 있다”면서 “이런 갈등으로 유발된 불만과 민원은 담임이나 학폭 담당교사에게 향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교사들이 학폭 업무를 맡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도 의문을 표했다. ‘착시현상’일 뿐이란 게 전북지부의 설명이다.
전북지부는 “전담조사관은 사안 조사만 가져갈 뿐 인지, 신고 접수, 초기개입, 긴급조치, 조치 이행, 특별교육 등 대부분의 핵심 업무는 여전히 학교의 역할이다”면서 “이 업무분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기존대로 교사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북지부는 “우선 제도 시행에 앞서 너무 광범위한 학폭 사안의 범위를 줄일 필요가 있다. 교육적 중재와 생활지도의 범위를 벗어난 학교폭력 사건 기준을 마련하고, 기준을 넘어선 사건에만 전담조사관에 파견해야 한다”면서 “또 전담조사관의 법적 권한을 제대로 부여해 학폭 업무가 교사의 손을 거치지 않도록해야 한다. 전담조사관이 계속 교사에게 협조 요청을 하지 않도록 전문적 운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학교폭력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담조사관들을 광역 단위로 운영하거나 권역별로 묶을 필요가 있다”면서 “권역별 활동이 전담조사관의 객관적 판단과 협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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