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모두 보고 있는데…전북교육 '사법리스크' 무슨 일?

檢, 위증혐의 이귀재 전북대 교수 기소…전북교육청 등 압수수색
교육감 처남 위증교사 입건…항소심 "실체 파악할 단계" 변론 재개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 교육감이 22일 전북 전주시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4.1.22/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기다리고 지켜봐 주세요."

지난 24일 전북 전주시 만성동 전주지방법원.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이 이날 항소심 속행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1심 재판에서 "폭행은 없었다"고 허위 증언을 한 혐의(위증)로 기소된 이귀재 전북대 교수 관련 질문을 받고나서다. 이 교수는 11년 전 서 교육감이 전북대 총장 재직 당시 폭행 피해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서 교육감은 이날 말을 아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전과는 분명 달랐다.

1심 무죄 선고 이후 벗어난 줄 알았던 서 교육감 사법 리스크가 위증 사건이란 변수로 인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항소심 재판 역시 오리무중에 빠진 모양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검찰 수사 결과 폭행 의혹 핵심 증인인 이 교수가 위증을 자백하고 서 교육감 처남이 '연결 고리'로 지목된 만큼 항소심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관측과 "그동안 진술이 오락가락한 이 교수는 자백조차 신빙성이 떨어져 항소심에서도 무난히 무죄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 이귀재, 1심 "폭행 없었다"…"맞았다" 위증 인정

서 교육감은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였던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가 제기한 '동료 교수 폭행 의혹'에 대해 방송 토론회나 SNS 등에서 "어떠한 폭력도 없었다"고 거짓말한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논란이 된 사건은 지난 2013년 11월18일 오후 전주의 한 식당에서 발생했다. 당시 서 교육감은 전북대 총장 신분이었다.

피해자로 지목된 이 교수는 애초 경찰 조사에서 "당시 총장(서 교육감)이 수차례 뺨을 때리고 휴대폰으로 이마를 찍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에서 "묵직한 것에 부딪혔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이 교수의 진술 번복은 서 교육감 1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노종찬)는 지난해 8월25일 "이 교수의 진술은 수차례 번복된 만큼 신빙할 수 없다"며 "다른 증인들의 진술과 검사가 제출한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서 교육감이 폭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이 교수가 위증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 교수는 검찰에서 "2022년 말 전북대 총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15·16대 총장 출신이자 교내 기반이 탄탄한 서 교육감 측 지원을 받기 위해 위증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5일 이 교수를 위증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위증의 배후를 밝히기 위해 지난 12일 전북교육청을 비롯해 서 교육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지난 14일엔 이 교수에게 위증을 부탁한 혐의(위증교사)로 서 교육감 처남 유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일요일에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전주지법 당직 판사는 "범죄 성부(成否)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당직 판사는 서 교육감 1심 재판을 맡은 노종찬 부장판사였다. 검찰 내부에선 "노 부장판사가 서 교육감 처남의 구속 여부를 판단한 건 부적절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전주지법 측은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일축했다.

◇ 이 교수 증인 채택 여부 '촉각'

당초 서 교육감 항소심 선고는 지난 24일 예정돼 있었다. 검찰이 지난달 2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교수를 증인으로 세워 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가 기각하면서다. 검찰은 서 교육감에게 1심처럼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 24일 속행 공판을 열고 변론을 재개했다. 검찰의 위증 및 위증교사 수사 결과를 무시하고 선고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다시 이어진 공판에서 검찰은 이 교수의 증인 채택을 재차 요청했다.

이에 서 교육감 측은 "이 교수에 대한 피의자 신문 조서를 열람한 뒤 (증인 채택을 동의할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 교수의 진술이 계속 이랬다저랬다 하는데 검찰은 일정 시점의 일부 진술만 칼로 도려내 그 말만 믿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 교수의 증인 채택 자체를 거부했던 기존 태도에서 한발 물러난 셈이다.

이날 재판장인 백강진 부장판사는 "검찰이 이 교수가 위증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증언을 다시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법정 증언을 듣지 않고 검찰에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 조서만 증거로 보기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백 부장판사는 "피고인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일단 이 교수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 결정은 유보한다"면서도 "이제는 실체를 파악해야 할 단계"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교수의 '입' 때문에 법정에 섰다가 1심에서 이 교수의 '입' 덕분에 기사회생한 서 교육감이 반년 만에 다시 이 교수의 '입' 때문에 위기에 몰린 게 한 편의 '반전 드라마'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다음 재판은 오는 3월27일 열린다.

서 교육감 항소심 재판이 다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iamg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