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남자 만나?' 무차별 폭행…질투·착각이 불러온 불륜의 종말
[사건의 재구성] 이별 통보하자 배신감 느껴 살해 계획
피해자 "보복 두려워"…살인미수 혐의 1·2심 징역 10년
- 김혜지 기자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전북 완주군의 한 찜질방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한 남성과 여성이 머리를 감싼 채 쓰러졌다. 바닥은 이들이 흘린 피로 흥건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인 50대 남성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알고 보니 A씨는 피해 여성인 B씨(40대)의 전 남자 친구였다.
사연은 이랬다.
A씨와 B씨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부터 평탄하지 않았다. B씨가 A씨에게 자주 이별을 고했기 때문이다. B씨가 A씨와 만남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건 A씨의 나쁜 손버릇 때문이었다.
실제 A씨는 B씨를 수시로 폭행했다. 2020년 10월11월, A씨는 전남 영암군 자택에서 집에 가겠다는 B씨 머리채를 잡고 끌고 다녔다. B씨를 향해 의자를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 A씨는 "미친 XX, 이게 사랑이냐?"고 말하는 B씨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B씨는 폭력과 함께 협박도 당해야만 했다. A씨는 유부녀인 B씨에게 "가족에게 알리겠다"며 위협했다. B씨가 A씨와의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에 B씨는 A씨에게 경제적 지원까지 해주며 억지로 만남을 이어갔다.
하지만 계속되는 A씨의 폭력에 B씨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 결국 참다못한 B씨는 지난해 2월22~23일 A씨에게 "각자 인생 숙제 잘 풀어가면서 남남으로 살자", "우린 여기까지인듯하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B씨가 헤어지자고 하는 이유가 그 무렵 알게 된 남성 C씨(40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착각에 빠진 A씨는 B씨에게 배신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질투심도 커졌다. 분노가 쌓일 대로 쌓인 A씨는 B씨가 이별을 통보한 지 나흘 만에 B씨와 C씨를 살해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이 같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A씨는 지난해 2월27일 오후 8시40분께 B씨가 일하는 찜질방으로 향했다. 그는 찜질방에 도착한 뒤 냉장고에서 소주 1명을 꺼내서 마셨다. 술에 취한 A씨는 창고 앞에 있던 둔기를 집어 바지에 숨긴 채 B씨와 C씨의 동태를 살폈다.
그리고 카운터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는 B씨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쳤다. 고통을 호소하며 B씨가 쓰러졌다. 하지만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5차례 걸쳐 B씨 온몸을 둔기로 때렸다.
A씨의 범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남자 탈의실로 뛰어갔다. 그는 옷을 갈아입고 있던 C씨 머리를 뒤에서 둔기로 쳤다. 놀란 C씨가 피를 흘리며 주저앉아 도망쳤지만, A씨는 C씨를 쫓아가면서 계속해서 둔기를 휘둘렀다.
주변에 있던 손님들이 A씨를 제지하면서 다행히 C씨는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이 사건으로 B씨는 머리뼈가 골절되고 손가락을 크게 다쳤다. C씨도 중상을 입었다.
살인미수, 폭행,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는 법정에서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그는 "B씨에 대한 질투심과 배신감에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살인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9일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들이 사망할 수 있다는 인식을 충분히 했고, 범행 경위와 수법의 대담성, 잔혹성에 비춰 볼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지난 17일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러 고의를 부인했던 살인미수 범행을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엄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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