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어려운 이웃 생각하면"…기부천사 '붕어빵아저씨'[인터뷰]
익산 김남수씨 12년간 3500만원 기부…"힘 닿는 날까지 기부 계속"
- 강교현 기자, 김경현 수습기자
(익산=뉴스1) 강교현 기자 김경현 수습기자 = "하루도 빠짐없이 1만원씩, 일년에 365만원"
13년째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하루에 만원씩 1년을 모아 기부를 하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전북 익산의 대학로에서 붕어빵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남수씨(68)다.
지난 3일 오후 김씨가 운영하는 '쿠키붕어빵' 매장을 찾았다. 방학 기간인 만큼, 대학로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8평 남짓한 가게에 들어서자 벽면에 빼곡하게 걸린 기사와 표창장이 눈에 띄었다. 김씨가 그동안 이어온 선행 활동에 대한 일종의 훈장이었다. 지난2002년 한 신문에 실린 그의 기사는 오랜 기부활동을 증명이라도 하듯 빛이 바랜 모습이었다.
기부활동에 나선 계기가 궁금하다는 기자의 물음에 김씨는 눈을 감으며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갔다.
지난 1980년대 초. 김씨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중식집에서 주방일을 시작하며 일을 배웠고, 이후에는 개인 음식점을 운영할 정도로 성공했다. 이후 그는 레스토랑과 PC방 등 손대는 사업마다 승승장구하며 매장 여러 곳을 운영하는 사업가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997년 어느 겨울날, 시련이 찾아왔다. IMF 외환위기 여파로 운영하던 사업장을 모두 폐업한 것이다.
김 씨는 "이후 3년간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기초생활 수급비와 일용직 건설노동자 급여로 아내와 자녀들까지 여섯 식구들의 생계를 이어갔다"며 "당시 주변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붕어빵 아저씨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받았던 도움을 여러 사람에게 돌려주고 싶어 기부활동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짐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김씨는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꾸준히 기부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초창기에는 형편이 어려워서 1년에 365만원을 채우지는 못했다"면서 "몇 해 전부터는 하루에 1만원씩 365만원을 채워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낸 기부금은 3500여만원에 달한다.
매년 연말 정기적으로 하는 기부 이외에도 국내 산불 피해 지원 성금이나 튀르키예 지진 피해 회복을 위한 성금을 보내기도 했다.
또 주변 이웃들에게 붕어빵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명절이 되면 폐지를 줍는 노인 등에게 식료품을 나눠주는 등 지역에서 기부를 통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김남수씨의 바람은 '기부가 일상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김씨는 "3년 전부터 폐질환을 앓아 약을 복용하고, 아침마다 몸이 너무 힘들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도 많다"며 "하지만 어려운 이웃들이 생각나 매일 아침 현관문을 나서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의 기부활동을 통해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시길 바라는 '기부가 일상이 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며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저 같은 붕어빵 장수도 수십년째 기부를 하고 있지 않냐"며 웃으며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기자에게 손수 구운 붕어빵을 건넨 김남수씨는 "기부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힘이 닿을 때까지는 계속 이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따뜻한 붕어빵만큼이나 김남수씨의 온기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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