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을 재선거에서 파란 일으킨 강성희 진보당 후보 '당선'

[2023 전북 10대 뉴스]⑩진보당, 불모지인 전주을 재선거 통해 원내 진입
캠페인이 시민들 마음 움직여…민주당 후보들 역선택도 한 몫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당선인이 6일 전북전주시 선거사무실에서 꽃목걸이를 걸고 당선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2023.4.6/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북=뉴스1) 김동규 기자 = 지난 4월5일 전북 전주을 지역구에서는 시민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지켜봐야 했다. 후보자 이름은 물론, 당 이름도 제대로 몰랐던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것이다.

그것도 전북에서 숱한 선거에 출마해 누구나 이름을 알았던 임정엽 후보를 6.96%p차로 누르는 이변이었다. 재선거에는 임정엽 후보만 출마한 것이 아니었다. 전북도의원을 재낸 김호서 후보도 있었다.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3일 전북 전주시 전주지법에서 열린 공판 출석에 앞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1.11.3/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을 재선거는 왜 치러졌나

2022년 1월26일 법정에서 나오는 이상직 의원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상직 의원은 항소심에서도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상직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1년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선출직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이 무효 된다.

이 의원은 결국 법의 최종 판단인 상고까지 했으나 2022년 5월12일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유지했다. 결국 전주을은 2023년 4월5일 재선거를 치르게 됐다.

◇강성희 후보는 어떻게 당선될 수 있었나

이상직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하자 전주을 정가는 꿈틀대기 시작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후보군들의 촉각은 중앙당으로 향했다.

민주당의 귀책으로 재선거나 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의 방침이 있어서다.

전주을은 민주당이 후보를 낸다면 당선이 유력한 곳이었다. 이상직 의원도 민주당으로 당선됐다.

후보군들의 움직임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앞서 탈당 후 대선 과정에서 복당한 임정엽 전 완주군수와 최형재 전 전주을 지역위원장은 물론 21대 총선에서 이상직 의원과 당내 경선을 했던 이덕춘 변호사는 출마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20대에 민주당 후보를 꺾고 보수당 최초로 당선된 바 있는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까지 움직임이 포착됐다.

2023년 1월로 넘어서면서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임정엽 전 완주군수와 김호서 전 전북도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튀어 나왔다.

하지만 1월 출마를 선언했던 정운천 의원은 3월10일 돌연 불출마로 방향을 선회했다. 결국 국민의힘에서는 김경민 전북도당 고문이 공천을 받게 됐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앞서 전주을에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진보당 띠를 두른 수백명의 사람들이 매일 길에서 휴지를 줍고 청소를 하고 다녔다. 그러더니 노인정을 다니면서 노인들의 손발톱을 깎아주고 칼도 갈아두었다.

또 현수막을 통해 각종 이슈를 선점했고 독특한 문구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이때 나타난 인물이 진보당의 강성희 후보였다.

전국의 진보당 당원들이 자원봉사를 자청하며 전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당시 진보당 관계자에 따르면 평일 400~500명, 주말 2000여명이 전주을에서 캠페인을 벌였다고 한다.

이들은 진보당과 강성희 후보를 홍보하는 캠페인을 하고 유권자들과 만나 소통했다. 그것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여기에 1년 후 제22대 총선을 노린 민주당 후보들의 역선택이 보태졌다. 이들은 임정엽 전 완주군수 등이 당선이 될 경우 다시 민주당으로 복당해 자리를 꿰차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 민주당 후보군들의 선택지가 강성희 후보로 향했다.

결국 강성희 후보는 1만7383(39.07%)를 얻어 1만4288(32.11%)를 득표해 2위를 기록한 임정엽 후보를 크게 앞서 당선됐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2023.4.1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제22대 총선 전망은?…강성희 의원 재선 가능할까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에서 강성희 후보는 전주을에서 재선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재선거에서 짜릿한 승리가 진보당의 원내 진출을 이뤄냈기에 더욱 간절할 것 같다.

진보당에서도 전주을에 집중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자원봉사자가 4000여명 넘게 참여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재선거와 같은 방식의 선거운동이 전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재선은 쉽지 않다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일단 민주당에서 후보를 공천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20대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던 국민의힘의 정운천 의원도 있다.

강성희 후보는 민주당, 국민의힘 후보와 대결을 펼쳐야 하는데 전주을은 민주당 지지율이 70%를 상회할 정도로 높다.

뉴스1전북취재본부가 지난 15~16일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실시한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71.8%, 국민의힘은 9.4%, 진보당은 4.5%, 정의당은 3.3%, 기타정당 3.0% 순이었다.(통신사제공 무선가상번호 ARS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전주을 지역구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다.

그러나 진보당이 지난 재선거 때처럼 캠페인을 전개한다면 다시 한 번 이변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래서 민주당 전북도당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 전북도당 관계자는 “비록 정당지지도가 높게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진보당 등 3파전으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면서 “민주당도 전주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kdg206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