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커져 환영하지만"…‘전북 기업’ 하림 HMM 인수에 지역 반응은?
본사 주변 한산…지역 주민·업계 관계자 "인수 소식 몰랐다"
사료 공급 원활 기대…해운 적자시 계열사에 영향 미칠 수도
- 김혜지 기자, 김경현 수습기자
(익산=뉴스1) 김혜지 기자 김경현 수습기자 = 19일 오전 11시께 전북 익산시 망성면 하림 2공장. 최신 도계 가공 시설 등을 갖춘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 닭 사료를 실은 화물차가 연신 드나들었다.
2800명가량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보니 공장 주변은 인적이 드물었다. 이따금씩 두꺼운 점퍼로 무장한 주민이 한두 명씩 오갈 뿐이었다.
지난 18일 밤 하림 그룹은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HMM 인수 소식에 지역 전체가 들썩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정작 하림 본사가 있는 망성면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산했다.
지역에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공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 A씨(60대 남성)는 "해운사 인수는 처음 들었다"면서도 "우리 지역에 본사를 둔 회사가 커진다고 하니 자랑스럽고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익산에 공장도 확충하고 일자리도 더 많아지면 좋겠다"며 "지역 발전의 기회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 B씨(50대 남성)는 "(HMM 인수가) 지역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그간 대기업이 잘 나간다고 해서 주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식품업계에 종사하는 C씨(40대 남성)는 "하림이 인수한 기업이 선박 분야이다 보니 이쪽으로 투자를 늘리면 닭고기 등 기존 식품 분야는 오히려 등한시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익산시 왕궁면) 국가식품클러스터 부지에도 공장을 짓는다고 들었는데 차일피일 미룰까 봐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하림 내부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강영호 화물연대 전북지역본부 하림지부장은 "하림에선 닭 사료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해상 운송은 필수"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곡물 가격이 급등한 데다 물류 공급망도 불안정해 하림으로선 해상 운송 분야에 관심이 컸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군산항·인천항 등을 통해 외국에서 곡물·사료가 들어오면 육상에서 공장으로 전달해주고,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농가로 배달해 주는 시스템"이라며 "하림 내부적으로 해운 분야가 확대되면 운송 비용도 절감되고 사료 공급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육상 운송업계에서도 이번 HMM 인수는 희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하림 2공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이번 인수로 재계 순위 13위까지 오른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직원들이 체감하긴 어렵다"며 "복리 후생 차원에서 개선되는 부분은 전혀 없는 거로 안다"고 했다. 다른 직원도 "해상 운송 분야는 경기 침체 등 여러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며 "적자라도 나면 다른 계열사까지 불똥이 튈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닭고기 전문 기업으로 출발한 ㈜하림은 축산·사료·해운·식품제조업까지 확장, 지난해 기준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대기업 집단 27위(17조1000억원)에 지정됐다. 익산 출신인 김홍국 ㈜하림 회장은 2019년부터 재경전북도민회 회장도 맡고 있다.
익산시에 따르면 하림과 관련해 ㈜하림푸드, 한국썸벧㈜, ㈜에이치에스푸드 등 18개 법인이 익산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총 매출액은 2조753억원, 종사 인력은 3246명이다.
앞서 산업은행(산은)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든 하림그룹을 선정했다.
인수 주체는 하림이 지난 2015년에 인수한 벌크선 주력 선사 팬오션이다.
해상 운송과 곡물 유통업을 담당하는 팬오션은 올해 상반기 기준 벌크선 301척을 운영하고 있으며, 운송 부문 영업 이익은 3184억원이다. 전체 하림지주 영업이익의 57.72%를 차지한다.
하림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57.9%(약 3억 9879만주)에 대해 인수가 약 6조4000억원을 써냈다. 산은과 해진공은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중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식품업 분야를 더 전문화하고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성실한 협상을 통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팬오션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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