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많이하고 따뜻한 사람"…'익산 일가족 사망' 이웃들 깊은 한숨

"아이들도 끔찍이 아꼈는데…사업 확장으로 금전적 문제"
경찰 "A씨 부부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 종결"…부검 의뢰

13일 낮 12시50분께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전북 익산시 팔봉동의 한 아파트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2023.12.14./김경현 수습기자

(익산=뉴스1) 김혜지 기자 김경현 수습기자 = "지역에 봉사도 많이 하고 따뜻한 분이었어요. 정말 믿기지가 않습니다."

14일 오전 11시께 전북 익산시 팔봉동 한 아파트. 전날 A씨(44)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이곳에선 적막감만 돌았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우산을 쓴채 아파트 주변을 서성이며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한 주민은 "아이들을 정말 끔찍하게 여겼던 사람"이라며 "자기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너무나 친절했던 분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주민은 "A씨는 지역에서 좋은 일 하는 분으로 굉장히 유명했다"며 "아이들도 끔찍하게 생각해 평소에 손 잡고 산책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왜 죄 없는 아이들을 왜 데리고 가냐"고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지역 주민 등에 따르면 A씨는 6년가량 카페를 운영했고, A씨 부인은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며 다양한 봉사 활동을 했다.

이웃 주민들 사이에선 "A씨가 최근 사업 확장을 하면서 금전적 문제가 생겨 힘들어 했던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생전에 A씨가 운영하던 카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카페 유리문에는 우편물 도착 안내서와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휴무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2023.12.14./뉴스1 김경현 수습기자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A씨의 카페는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카페 안은 깨끗하게 정돈된 상태였고, 유리문에는 은행에서 보낸 '내용 증명' 우편물 도착 안내서와 함께 '개인 사정으로 인해 당분간 휴무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지나가던 주민들은 카페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 배우자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은 카페에서 20m가량 떨어져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직원 1명이 상주하고 있었다.

주민 임모씨(82)는 "지나가다 마주치면 A씨가 '커피 한 잔 하고 가라'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며 "아직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좋은 사람이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A씨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는 한 지인은 "A씨에게 개인적으로 의지도 많이 했고, 가족들하고도 가깝게 지냈다"며 "사건이 발생하기 이틀 전까지도 연락을 했었는데 그렇게까지 힘들어 하고 있는 줄 몰랐다. 얘기라도 하지…"라며 울먹였다.

A씨 가족들의 빈소는 거주지에서 1㎞가량 떨어진 인근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장례식장에는 A씨 등 가족 얼굴이 담긴 영정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A씨 소식을 듣고 빈소를 찾은 한 조문객은 "유족들이 아무한테도 알리고 싶지 않아 한다.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낮 12시50분께 익산시 팔봉동의 한 아파트에서 A씨 가족 4명이 숨진채 발견됐다.

"동료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A씨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집안에서 A씨와 아내 B씨(40대),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 등 일가족 4명을 발견했다.

경찰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외부 침입이나 타살 흔적은 없었고 현장에서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A씨 부부가 자녀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두 사람 모두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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