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 초등생이 사라지고 있다…2026년 입학생 1만명 대 붕괴

내년 도내 입학생 1만1677명 예상…10년 전보다 27% 감소
2026년 1만명 아래로 '뚝'…이후에도 감소세 지속

텅 빈 전북 전주시 초등학교 교실/뉴스1 유경석 기자

(전북=뉴스1) 임충식 기자 = 최근 전북 전주시 에코시티 세병호공원 공연장에서 조금은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무대를 채운 주인공은 진안 부귀초등학교 ‘꿈드림 합창단’. 공연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정성우 교장 등 교사와 학부모들도 함께 했다. 이들이 도심에서 버스킹 공연을 펼친 이유는 단 하나 ‘학교홍보’다.

진안 부귀초는 전주시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에코시티에서 승용차로 넉넉잡아 35분이면 갈수 있는 곳이다. 여느 시골학교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임에도 학령인구 감소 여파는 피해가지는 못했다. 지난 2015년 100명에 가까웠던 학생은 현재 30여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적은 학생 수로 인해 정상적인 체육수업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성 교육에 대한 걱정도 커져만 갔다. 이런 절박함은 ‘버스킹 공연을 통한 학교홍보’라는 아이디어로 이어졌지만 성과로 나타날지는 불투명하다.

전주시에 위치한 학교라고 해서 상황이 모두 좋은 것만도 아니다. 대규모 도시개발이 이뤄진 신도심을 제외하고는 학생 수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사정은 비슷하다. 실제 전주시 풍남동에 위치한 중앙초의 경우 지난 2019년 148명에 달했던 학생이 올해 85명으로, 무려 42.6%가 감소했다. 학령인구 감소에다가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앙초의 내년 예상 신입생은 단 6명에 불과하다.

11월4일 오후 전북 전주시 에코시티 세병호공원 공연장에서 진안 부귀초 ‘꿈드림 합창단’의 공연이 펼쳐졌다./뉴스1 임충식기자

전북에서 초등학생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10일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내년도 도내 초등학교 신입생은 1만1677명에 불과하다. 이는 올해 1만2567명과 비교할 때 890명(7%) 줄어든 수치다. 도내 초등학교 학급당 평균 학생수가 18명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만 50학급이 사라지는 셈이다.

아직 초등학교 취학통지서 발송이 끝나지 않은 만큼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그 동안 예상 수치와 실제 입학생 수가 비슷했던 만큼, 큰 차이는 없을 거란 게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사실 전북지역 초등학생 감소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최근 10년 간 꾸준히 감소세를 보여왔다.

실제 지난 2014년 1만1734명에 달하던 신입생은 2015년 1만6134명, 2016년 1만5540명으로 줄었다. 2017년에는 늘었지만(898명) 말 그대로 반짝 증가였다. 2018년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8년 1명6339명(39명 감소), 2019년 1만6256명(143명 감소), 2020년 1만4478명(1778명 감소), 2021년 1만4214명(264명 감소), 2022년 1만4084명(130명 감소), 2023년 1만2567(1517명 감소)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거란 점이다.

도교육청 행정과에 따르면 오는 2026년 예상 신입생은 9186명으로, 1만 명대 붕괴가 확실시 된다. 오는 2027년에는 8399명, 2028년에는 7529명으로, 감소세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출생률 감소에 따라 오는 2026년에는 신입생이 1만명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에도 감소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농촌유학으로 활기를 찾은 전북 임실 지사초등학교 학생들/뉴스1 유경석 기자

학생 감소로 인한 교육 붕괴를 막기 위해 전북교육청이 찾은 해법은 ‘농촌유학’과 ‘어울림학교’다. 모두 농어촌지역 작은학교 살리기가 주 목적이다. 작은학교 활성화가 교육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정책이라는 판단에서다.

‘농촌유학’은 농산어촌 학교 활성화와 학생 유입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현재 총 84명이 8개 시군 18개교에서 농촌유학생활을 하고 있다. 만족도 또한 높다. 학기 연장률이 92%에 달할 정도다. 학교는 물론이고 마을에도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2024학년도 전북 농촌유학 설명회’에 35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어울림학교’도 농어촌 작은학교 살리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울림학교‘는 작은 학교와 대규모 학교를 공동통학구로 지정,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 학생 전입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2014년부터 추진됐다. 학교 간 불균형을 해소 및 교육여견 개선이 목적이다. 특히 농어촌지역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전북지역 전체 학생 수는 2019년 20만3148명에서 2023년 18만3615명으로 감소했다. 5년 사이에 9.6%(1만9533명)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농어촌지역(읍·면) 전체 초등학교 학생 감소율은 무려 15.9%(2만603명→1만7337명)에 달했다.

하지만 어울림학교의 경우 2019년 8012명에서 2023년 7333명으로 8.5%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학생수 감소율 완화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만족도 조사에서도 5점 만점에 최고 4.89점을 기록하며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학생 수 변화와 교육만족도 측면에서 효과가 입증되면서 도교육청은 현재 139개교에서 운영 중인 어울림학교를 내년에는 147개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기존 시·군 내 공동통학구유형에서 추가로 시·군 간 경계를 허물어 광역형 어울림학교로 확대 운영 예정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출생률 저하로 인한 학생 감소는 결국 지역소멸은 물론이고 교육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도교육청은 농촌유학과 어울림학교 등 정책을 통해 작은학교를 살리고, 소멸위기에 내몰린 농촌지역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육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거석 교육감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서 작은학교 살리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에 우리 교육청은 전북형 농촌유학과 어울림 학교 등을 통해 소규모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또 지차제나 관계기관들의 협력을 통해 교육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94ch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