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던 시험지 놓고 급히 나왔어요" 기말시험 치르다 화재에 '화들짝'

전주 양현고 급식실 화재, 학생·교직원 700여명 대피…4명 연기흡입
시험일정 다음주로 변경…당분간 간편식 제공 및 단축수업

28일 오전 9시11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양현고등학교 급식실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2023.11.28/뉴스1 김경현 인턴기자

(전북=뉴스1) 강교현 기자 김경현 인턴기자 = "시험지를 받자마자 화재경보기가 울렸어요." "학교 밖으로 나오니 주변이 검은 연기로 가득했어요."

28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양현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생들은 화재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학교 1·2학년 학생들은 이날 오전 발생한 화재로 치르던 시험을 중단하고 하교를 하던 중이었다.

화재는 이날 오전 9시11분께 이 학교 급식실에서 발생했다.

불이 나자 곧바로 화재경보기가 울렸고, 1·2학년 학생 600여명과 교직원 100여명 등 700여명은 급하게 대피했다.

2학년 김모군은 "시험 종이 울리고, 시험지를 받자마자 화재경보기가 울렸다"며 "처음에는 오작동인가 싶었지만 이후 실제 상황이니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급하게 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학교 후문을 이용해 인근 공원으로 대피한 학생들이 목격한 것은 검은연기로 가득찬 하늘이었다. 출동한 소방당국이 불을 끄고 있었지만 쉼 없이 분출되던 연기는 주변 아파트까지 뒤덮었다.

1학년 송모군은 "교실이 5층이었는데 검은 연기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며 "풀던 시험지는 책상에 고스란히 놓고 가방을 챙겨서 대피했다. 가방도 챙기지 못하고 뛰쳐 나온 친구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9시11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양현고등학교 급식실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2023.11.28/뉴스1 김경현 인턴기자

인근 상인들도 당시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편의점 점주 A씨는 "학교 주변과 인근 아파트 단지가 연기로 뒤덮였었다"며 "불이 났구나 생각하고 119에 신고를 했다. 이후 출동한 경찰들이 소방차가 들어올 수 있도록 인근 도로를 통제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상인 B씨는 "연기가 아니었으면 불이 난 지도 몰랐을 것"이라며 "연기가 나자 놀란 주민들이 버선발로 뛰쳐나와 학교를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고 말했다.

이날 불로 급식 조리원 등 4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불은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40여분 만에 진화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화재 당시 양현고에서는 2차(기말) 고사 1교시 시험 중이었다. 1학년은 자율 과목을, 2학년은 수학 과목 시험을 치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학생들은 모두 귀가조치 됐으며, 29일은 임시휴업을 결정했다. 중단된 시험은 12월 5~8일 치러질 예정이다. 1교시 시험 문제 역시 다시 출제하기로 했다.

양현고 관계자는 "당분간 학생들에게 간편식 제공과 함께 단축 수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며 "다른 무엇보다 화재로 인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밝혔다.

kyohyun2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