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퇴원 후 투약 거부"…80대 노모 살해한 50대 징역 18년

둔기로 14차례 내리쳐…"다른 사람 짓" 부인
법원 "티셔츠서 母子 DNA 검출…엄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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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정신 질환을 앓던 50대 남성이 본인을 돌보던 80대 노모를 둔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경찰에 붙잡힌 뒤에도 혐의를 부인했지만, 범행 당시 그가 입었던 옷과 피 묻은 둔기에서 숨진 노모와 자신의 DNA가 나오면서 덜미가 잡혔다.

전주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이용희)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55)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도 명했다.

A씨는 지난 1월25일 오후 5시18분께 전북 전주시 자택에서 친모 B씨(80대·여) 머리와 얼굴을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당시 둔기에 맞고 바닥에 쓰러진 B씨 얼굴을 옆에 있던 카디건으로 덮은 다음 13차례에 걸쳐 내리친 것으로 조사됐다. 옷 장식물이 B씨 피부에 박힐 정도로 A씨는 둔기를 세게 휘둘렀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99년 정신 질환 진단을 받았다. 이후 증세가 심해져 B씨 요청으로 2015년 3월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했다.

검찰은 A씨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목이 돌아가는 '사경' 증세가 발생했고, 이때부터 B씨에 대한 원망감이 생긴 것으로 봤다.

A씨는 2015년 6월 퇴원한 뒤 B씨와 함께 살며 통원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부터 약물 복용을 거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증상이 악화된 A씨는 B씨에 대한 불만도 점점 커지면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를 살해한 후에도 평소처럼 PC방과 마트를 오갔다. 범행 이튿날 "B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웃 신고로 경찰이 A씨 집을 방문하면서 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경찰은 안방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B씨는 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머리와 얼굴 등이 심하게 함몰된 상태였다.

당시 A씨는 B씨가 숨진 것을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대신 A씨는 "두 달간 어머니를 못 봤고, 서로 말도 안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나는 어머니를 살해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평소 어머니가 출입문을 잠그지 않고 나가 누군가 집에 침입해 벌어진 일"이라고 A씨는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어머니를 살해한 범인이 맞다"고 결론 지었다. 범행 당시 A씨가 입었던 티셔츠와 둔기 등에서 검출된 두 사람 DNA(유전자)가 결정적 증거가 됐다. 범행 전후로 A·B씨 외에 집에 드나든 사람이 없는 데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우리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반사회적 범죄를 저질러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그런데도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은커녕 일말의 후회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은 망상형 정신 질환으로 심신 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했고,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했다.

iamg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