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너무 방대해"…난색 표하던 재판부, 국보법 국참 결국 배제
하연호 전북민중대표 측 항고 여부 검토 중
다음 공판 기일 아직 미정
- 김혜지 기자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수년간 북한 공작원과 국내 주요 정세를 주고받고 북한의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하연호 전북민중행동 공동상임 대표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이용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 대표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4호'를 근거로 배제 결정을 내렸다. 해당법상 국민참여재판 진행 시 현저한 절차 지연 등으로 피고인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 배제할 수 있다고 돼있다.
재판부는 세부적으로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 약 6년 이상 피고인과 공작원 사이에 이뤄진 회합 및 연락 내용, 그 경위, 관계 등 정황 증거들에 관해 구체적으로 심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점 △검사가 1만6000쪽에 달하는 증거를 배심원들 앞에서 일일이 낭독 또는 고지, 열람 제시 방법으로 증거 조사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 이 사건 수일에 걸쳐 공판기일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이는데 이는 배심원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
이 같은 결정에 하 대표 측 변호인은 항고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3항에 따라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이 나면 피고인 측은 7일 이내에 항고할 수 있다.
하 대표의 다음 공판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하연호 대표는 지난 2013년 8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북한의 대남공작원과 베트남 하노이, 중국 북경, 장사, 장가계에서 모임을 갖고 회합일정 조율, 국내 주요 정세를 보고하기 위해 우리나라 국민 명의 또는 외국계 이메일을 이용한 기타 통신으로 북측과 연락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하 대표는 해당 공작원과 반미자주, 평화협정 체결 등 북한의 주장을 선전·선동하는 내용을 비롯해 공작금 수수 방법, 북한이 제공한 암호화 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래피' 암호화 또는 암호 해독 자재 사용 방법, 개인홈페이지 내 비밀 댓글 작성 방법, 회합 후 귀국 보고 등의 내용을 주고받았다.
국가보안법상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황을 알면서 반국가단체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기타 방법으로 연락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 대표는 "사실 관계는 인정하나 국가보안법 위반에 고의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이에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특성상 수사 기밀 유지가 필요하고 이 사건은 증거 기록도 방대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 대표 측은 "전체 증거에 대한 의견을 볼 수 있도록 자료를 정리해 제출하고, 그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2시간 이내에 진행할 수 있다"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증거 기록이 너무 많아 배심원들에게 설명할 시간을 얼마나 줘야할지 가늠이 안 된다"고 난색을 표했었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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