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병관 대자인병원장 "동·서양 아우르는 통합 의학 실현"
전북서 세 번째 큰 종합병원…"환자 치료 더불어 마음 얻는 게 사명"
정신과 의사가 한의학·中의학 공부…전주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도
- 김혜지 기자
- 대자인병원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지역 대표 종합병원으로 급성장한 비결은?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환자 치료와 더불어 환자 마음을 얻는 것'이 사명이다. 2012년 개원 초기부터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실력 좋은 의료진 확보와 최신 의료기기 도입 등에 집중했다. 외형적 성장보다는 지역 사회 공헌 등 이른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펼치려고 노력했다. 이를 통해 도민 마음 속으로 파고 들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자인병원은 규모 면에서 전북대병원, 전주예수병원 다음이다. 35개 진료 과목에 700여 명의 의료진 등 125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허가 병상(진료 의사 판단에 의해 입원 치료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시설)만 548개다. 지역응급의료센터로도 지정됐다.
- 다른 병원과 비교해 대자인병원만의 강점을 꼽는다면.
▶대자인병원은 신체와 정신을 동시에 치유하는 것을 지향한다. 서양 의학에 뿌리를 두되 동양 한의학과 인도 전통 의학까지 아우르는 전인적 치료와 통합 의학을 추구한다. 미래 의료는 질병 치료는 물론 건강 관리와 예방을 위해 심신을 함께 치유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다.
- 지역 종합병원이 수도권 병원보다 진료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인지 궁금하다.
▶지역 병원 대부분이 의료 인력과 간호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병원조차 의사 초빙이 쉽지 않다. 수도권 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대자인병원은 간호 등급제 1등급(간호사 1명당 관리하는 환자 수가 2.5명 미만)을 유지하는 등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 코로나19 사태 때 거점전담병원으로서 큰 역할을 했는데.
▶비용 손실 등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선별진료소와 호흡기 전담 클리닉을 개설했다. 이어 국민안심병원,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인근 지역 주민 반대로 갈등을 겪었지만, 국가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였던 만큼 도움을 주고 싶었다. 지금은 외려 병원을 믿어주는 주민이 많아졌다. 앞으로도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감염병이 발생하면 선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 지역 사회 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는데.
▶병원 문턱이 높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주민을 직접 찾아가 돌봄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간 자원봉사단과 협업 체계도 구축했다.
일명 '나·도·지(나눠주고, 도와주고, 지켜주는)' 봉사단이다. 인후동 등 대자인병원 인근 8개 동에 거주하는 민간 자원봉사자 100명이 참여하고 있다. '나도지' 봉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꾸준히 활동한 덕분에 보건복지부로부터 4년째 지역사회공헌 인정기업에 선정되고, 장관 표창도 받았다.
- 전주지역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범피) 이사장도 맡고 있다.
▶범피 위원으로 활동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수석 부이사장을 거쳐 지난해 7월 이사장이 됐다. 범죄 피해자들에게는 정신적·심리적 치료가 매우 중요한 만큼 의학 전문가로서 도움을 주려고 한다. 이사장을 맡으면서 피해자들을 위한 맞춤형 상담 등 멘토링 사업을 기획하게 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 범피 위원 면면이 사업가·전문가 등 이른바 여론 주도층이 많다 보니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데.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그런 우려 때문에 범피 위원들은 서로 더 조심한다. 검찰 간부들과 사적 만남은 피하고 공식적인 회의나 간담회를 통해서만 만나고 있다. 현재 전주 범피 구성원을 보면 고위직·자산가보다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더 많다고 본다. 검찰과 범피 모두 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이력이 특이하다. 양방 정신과 의사면서 한의학과 중국 의학도 공부했다.
▶원래 꿈은 한의사였다. 하지만 대학 진학 당시 한의대가 드물었다. 유일하게 경희대 한의대가 있었는데 후기였다. 부모님이 의대에 가길 원했고, 한의학은 나중에 공부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고려대 의대에 진학했다. 이후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됐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한의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잊었던 꿈이 떠올랐다.
'지금이라도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 우석대 한의대에 편입했다. 이때가 44세였다. 2년간 예과 과정을 거치지 않고 수업을 들으니 공부가 굉장히 힘들었다.
한의학의 근본을 알고 싶어 한의대 졸업 후 조카가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중국 남경중의대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애초 6개월 정도만 공부하려고 했는데 배울 게 너무 많아 6년간 중국에 머물게 됐다. 양방과 한방을 두루 경험한 게 58세에 대자인병원을 열게 된 자양분이 됐다.
- 마지막으로 목표가 있다면.
▶과거 10년이 외적 성장의 시간이었다면 미래 10년은 내실을 다지는 데 충실하려고 한다. 실력 있는 의료진과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바탕으로 단순히 물질적 치료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게 목표다. 궁극적으로 지역민이 제일 신뢰하고 사랑하는 병원으로 키우고 싶다.
이병관 원장은 1955년 충남 논산시 연무읍(옛 익산 황화면)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이후 우석대 한의대에 편입·졸업했다. 중국 남경중의대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전주예수병원 정신과 과장, 한림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의료법인 인산의료재단 전북마음사랑병원 이사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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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전북 전주에 있는 대자인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지역 대표 병원으로 급성장했다.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138개 병상을 확보했고, 하루 24시간 비대면 진료와 함께 재택 치료자 전담 병원 등의 역할을 해왔다. 병원 문을 연 지 11년 만에 전북대병원, 전주예수병원에 이어 도내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종합병원이 됐다. 서양 의학과 한국·중국 한의학을 섭렵한 이병관(68) 대자인병원장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보는 전인적 치료를 추구한다. 현재 전주지역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도 맡고 있는 이 원장은 소외된 이웃을 위한 의료 서비스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뉴스1이 17일 이 원장을 만나 대자인병원의 성장 배경과 그만의 의료 철학 등을 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