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檢수사 단체장 '명암'…전북서 5명 재판 넘겨져

1일 공소 시효 만료…서거석 도교육감 등 법정行
우범기·최영일 '무혐의'…최경식 남원시장 첫 재판

전주지방검찰청./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6·1 지방선거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 시효(6개월)가 1일 만료되면서 최종 수사 결과도 윤곽이 드러났다. 검찰의 기소 여부에 따라 수사 대상에 올랐던 단체장 사이에선 명암이 엇갈린다.

1일 전주지검 등에 따르면 전북에서는 광역단체장인 서거석 전북교육감을 비롯해 전주·군산·익산·남원·정읍·순창 등 모두 7명의 단체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이 가운데 서 교육감을 포함해 강임준 군산시장, 정헌율 익산시장, 최경식 남원시장, 이학수 정읍시장 등 5명이 기소됐다.

우범기 전주시장과 최영일 순창군수 등 2명은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를 벗었다.

전북 14개 시·군 기초단체장 중 재판을 받는 4명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기소된 5명은 앞으로 단체장직을 지키기 위한 법적 다툼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강임준 군산시장, 정헌율 익산시장, 최경식 남원시장, 이학수 정읍시장.2022.12.1./ⓒ 뉴스1

도내에서 가장 먼저 기소된 최경식 남원시장(57)의 1심 첫 공판은 공소 시효 만기인 1일 오후 전주지법 남원지원에서 열린다.

초선인 최 시장은 2017년 2월 원광대 대학원에서 '소방학 박사'를 받고도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소방행정학 박사'로 기재된 명함을 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최 시장의 '한양대 경영학 학사'와 '20년간 정당 활동' 관련 TV토론회 발언을 허위로 보고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각각 고등교육법과 관련 대법원 판례 등을 바탕으로 "허위 사실로 단정지을 수 없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3선인 정헌율 익산시장(64)은 선거 당시 TV토론회에서 "도시공원 민간 특례 사업 협약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있다"며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한 혐의로 지난달 28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당시 "수도산은 5%, 마동은 3% 정도로 수익률이 제한돼 있고, 그 수익률을 넘게 되면 환수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대 후보였던 무소속 임형택 전 익산시의원은 "시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결과,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은 없다"며 정 시장을 고발했다.

정 시장 기소 이후 익산시 측이 "개발업자와 체결한 협약서에 '환수'라는 직접적 용어 대신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환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반박하면서 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재선인 강임준 군산시장(67)도 정 시장과 같은 날 기소됐다. 강 시장은 민주당 경선을 앞둔 지난 4월 김종식 전 전북도의원에게 "선거를 도와달라"며 400만원을 전달하고, 이후 측근을 시켜 김 전 의원을 회유하고 500만원을 교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초선인 이학수 정읍시장(62)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이 시장은 선거 당시 TV토론회 등에서 무소속 김민영 후보에 대해 "구절초 테마공원 인근에 위치한 임야와 밭 16만7081㎡(5만542평)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며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는 "사실이 아니다"며 이 시장을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달 31일 이 시장을 재판에 넘겼다.

전북대 총장을 지낸 서거석 교육감(68)은 선거 당시 상대 후보였던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가 제기한 9년 전 '동료 교수 폭행 의혹'과 관련해 TV토론회나 SNS 등에서 "어떠한 폭력도 없었다"고 발언, 허위 사실 공표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로 지난달 25일 기소됐다.

폭행 피해자로 지목된 교수가 경찰 조사에서 "폭행이 있었다"고 했다가 기자회견에선 "폭행을 당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꿔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 관련자 조사와 자료 검토 등을 거쳐 폭행이 있었다고 보고 서 교육감을 재판에 넘겼다.

우범기 전주시장, 최영일 순창군수. 2022.12.1./ⓒ 뉴스1

반면 이번에 처음 단체장이 된 우범기 전주시장(59)과 최영일 순창군수(59)는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이른바 '사법 리스크'를 덜게 됐다. 경찰은 둘 다 '선거법 위반'으로 봤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우 시장은 TV토론회 등에서 상대 후보가 '선거 브로커와의 연관성'을 묻자 "브로커들로부터 어떠한 제안을 받은 사실이 없고, 한 번 만난 후 다시 연락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해 시민단체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공표)로 고발당했다.

그러나 검찰은 우 시장의 발언과 "선거에 관한 제안을 주고받은 적 없다" 등 이미 기소된 선거 브로커와 기자 등의 진술이 부합하는 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판례 등을 근거로 지난달 24일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최 군수는 선거 당시 TV토론회 등에서 2015년 순정축협 조합장이었던 민주당 최기환 후보와 배우자 간 암소 부당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검찰은 최 군수가 당시 축산물 가격 검토 자료를 확보하는 등 여러 근거를 가지고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황금천 전주지검 차장검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선거법 위반 사건은 공소 시효가 6개월에 불과하다 보니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다른 사건과 달리 법리가 복잡해 사실 확인이 되더라도 법리 검토, 대법원 판례 등을 함께 검토해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혐의에 대해 검찰청별로 다른 결론이 나올 경우 공소 유지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과 잣대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단체장들의 선거법 위반 혐의는 (당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더욱 공정하고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고, 사건 발생 초기부터 경찰과 유기적 협력을 통해 편파 시비 없이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며 "검찰청법 개정으로 선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사라져 향후 선거 사건 처리에는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iamg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