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포항서 '일산화탄소 중독 집단사망'…재발 막으려면?
지자체, 겨울철 앞두고 재발 방지대책 마련 부심
기름·가스보일러 사용 전 연통 등 시설 점검해야
- 이지선 기자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최근 전북 무주와 경북 포항에서 보일러 일산화탄소(CO) 중독으로 인한 집단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추워지는 날씨와 함께 난방기구 수요가 늘고 있어, 유사 사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무색 무취' 특징을 가진 일산화탄소의 경우 그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감지기 설치만으로도 누출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만큼,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를 중심으로 한 관련 법규 정비나 지원 방안 마련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무주군 무풍면의 한 단독주택에서 어머니 A씨(84)와 딸, 손녀, 사위 2명 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함께 발견된 큰딸 B씨(57)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고 발생 5일째인 이날까지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조사결과 이 집 내부에 설치된 기름보일러 연통이 막혀 방 안으로 일산화탄소가 유입됐고, 밤 사이 집 안에서 자고 있던 이들이 참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 혼자 사는 시골집에서 평소에는 보일러를 가동하지 않았지만, 이날 가족들이 모이자 따뜻하게 밤을 보내기 위해 오랜만에 보일러를 가동한 것으로 보고있다. 당시 무주의 최저기온은 10도 안팎으로 쌀쌀했고, 비까지 내려 창문과 문은 모두 닫혀진 상태였다.
같은날 경북 포항의 한 숙박업소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9일 오후 60~70대 여성 3명이 모텔 객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 이들 역시 가스보일러에서 나온 일산화탄소가 객실로 유입되며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하면서도 체내에 유입되면 심각한 저산소증을 유발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한국가스안전공사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난 5년간 가스보일러 사고로 피해를 입은 55명 중 54명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정부는 2018년 강원도 펜션에서 발생한 10명 일산화탄소 중독 사상 사건 이후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숙박업소에는 반드시 경보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일반주택이나, 기름을 사용하는 보일러의 경우 경보기 설치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등 한계가 있다.
이번 무주 사고의 경우, 등유를 사용하는 기름보일러였기 때문에 경보기 설치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있었다. 이 때문에 주택도 보일러 연한이나 연료 종류에 관계 없이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설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주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숙박업소가 아닌 개인주택이다 보니 이와 관련한 규정도 없다"며 "경보기 하나만 있었더라도 이런 참사는 없었을텐데, 이번 사건을 발판삼아 빈틈을 채울 수 있는 법규가 생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은 독거노인 등 고령층 비율이 높은 농·어촌 지역의 경우 행정 차원에서 가정 방문 점검을 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집 안에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설치하거나, 기존에 독거노인 가정에 지급된 활동감지기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전북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거안전의 사각지대를 철저히 점검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전북도는 지난 11일 '최근 보일러 일산화탄소 누출사고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보일러 가동전에 연통고정상태, 이물질 막힘을 반드시 점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안전 안내문자를 전 도민들에게 발송했다.
겨울철을 앞두고 '무주 일산화탄소 중독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 도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 것이다.
또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가슴이 아프다"며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가스누출 등 생활안전과 주거안전의 사각지대를 철저히 점검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관련 부서에서는 △에너지 홈닥터 사업 대상 확대 △각 읍·면에 휴대용 가스누출감지기 배치 △기존에 가정에 지급된 활동감지기 이상 점검 등 다양한 대책들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업체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보일러를 무상점검하는 취약계층 가구 대상을 기존보다 확대하고, 각 마을에서 가구별 가스 누출 여부를 점검할 수 있도록 관련 기구를 비치하는 등 비교적 곧바로 실현 할 수 있는 방안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전북 무주군의 경우 지역 독거노인 가정에 대한 겨울철 안전 점검을 시작했다. 홀로 사는 노인 가구를 대상으로 보일러는 물론 가스, 전기 등 전반적인 생활 안전 관련 점검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반 가정에도 관련 홍보물을 배부해 안전관리에 힘쓸 예정이다.
안전 전문가들은 동절기 보일러 사용 전 꼭 시설 점검을 필수로 진행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일산화탄소 감지기는 인터넷 등에서도 2~3만원 가량에 구입이 가능하다"며 "겨울철을 앞두고 관련 기구를 설치하고 연통을 점검하는 등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봄과 여름철 보일러를 사용하지 않는 동안 배관 안팎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는만큼 사용 전에는 보일러실 환기가 잘 되도록하고 노후 부분을 꼼꼼하게 점검해야한다"며 "위험을 대비해 일산화탄소 농도 측정기를 집 안에 부착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etswi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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