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行 무산된 '쿠팡'…뜨거워진 전북 14개 시·군 유치 경쟁
익산시·임실군 등 물류센터 건립 대체 부지 제시
전북도 "완주군과 완전히 끝난게 아니다…다각도로 고민 중"
- 김혜지 기자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국내 대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전북 완주군에 짓기로 한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접으면서 도내 모든 기초단체가 '쿠팡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쿠팡 유치에 성공하면 고용 창출뿐만 아니라 지역 기업의 물류비 절감 등 경제적 파급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 쿠팡은 전국을 '쿠세권(쿠팡+역세권, 쿠팡 주요 서비스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비수도권에 물류센터 13곳(총 50만평)을 건립해 로켓배송(24시간 내 배송)을 전국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 금액만 2조원에 달하고 고용 인원은 1만9000명이다.
쿠팡은 전북을 '쿠세권' 거점으로 낙점했다. 지난해 3월 전북도·완주군과 투자 협약을 맺고 오는 2024년까지 1300억원을 투자해 완주 테크노밸리 제2산단에 10만㎡(3만여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쿠팡 측이 지난달 21일 "완주군과 더 이상 물류센터 협상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사업은 무산됐다. 분양가 문제로 갈등을 빚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게 완주군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북도는 전북에서 발을 빼려는 쿠팡을 어떻게든 다시 데려와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도내 14개 시·군 단체장은 공중에 뜬 쿠팡을 잡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완주군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12일 임실군에 따르면 심민 임실군수는 최근 관련 부서에 "쿠팡 물류센터를 임실에 유치할 수 있도록 대응해 달라"고 지시했다.
임실군은 올해 연말 완공되는 제2농공단지를 쿠팡 물류센터의 최적지로 보고 있다. 제2농공단지는 임실군이 198억원을 투입해 오수면 금암리 일원에 17만1412㎡ 규모로 조성 중이다.
도로·주차장·녹지 등을 제외하면 반려동물 특화단지가 1만9213㎡, 산업시설용지 9만541㎡로 나뉜다. 임실군은 쿠팡 물류센터를 제2농공단지 내 산업시설용지에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제2농공단지는 오수IC(나들목)와 2km가량 떨어져 있어 교통이 편리한 데다 분양가가 3.3㎡(1평)당 30만원으로 다른 지역보다 저렴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임실군 관계자는 "현재 쿠팡 유치와 관련해 전북도 실무 부서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며 "당초 쿠팡이 구상했던 물류센터 규모와 분양가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하면 임실 제2농공단지가 대체 부지로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헌율 익산시장도 쿠팡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익산시는 쿠팡 물류센터 예정 부지로 왕궁물류단지, 정족물류단지, 왕궁 온천도시개발구역 등 3곳을 선택지로 내놨다. 이 중 왕궁물류단지는 대형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 입점 대상지로 주목받은 곳이다.
㈜코스트코 코리아는 지난해 12월 익산왕궁물류단지㈜와 5만㎡(1만500평) 부지에 대해 조건부 계약을 맺었다. 해당 부지가 익산IC와 0.5km 거리이고, 국도·지방도를 통해 전북 전주·군산, 충남 논산, 대전 등 주요 도시와 자동차로 1시간 안에 오갈 수 있다는 점에서 ㈜코스트코 코리아 측이 낙점했다는 게 익산시 설명이다.
익산정족물류단지는 ㈜태신플러스원이 짓고 있는 대규모 복합단지다. 논산천안고속도로 연무IC와 바로 이어지는 익산시 정족동 일원에 약 880억원을 들여 36만㎡ 규모의 물류·지원·주거·공공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왕궁 온천도시개발구역은 왕궁온천도시개발사업조합이 왕궁면 온수리 일대에 49만4710㎡ 규모의 복합문화관광단지를 조성 중인 곳이다.
이들 부지의 분양가는 현재 3.3㎡당 75만~80만원으로 지난해 완주군이 협약 당시 쿠팡 측에 제시한 64만5000원보다 높다. 하지만 익산시는 분양가 조정 등을 통해 쿠팡 측을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익산은 교통 요충지로서 지리적으로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어 분양가 협상만 잘되면 쿠팡 유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쿠팡 측에 해당 부지들에 대해 검토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북도 관계자는 "쿠팡이 전북에 투자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하고 그쪽 실무진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쿠팡과 완주군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닌 데다 사실상 도내 14개 시·군 모두가 쿠팡 유치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을 밀어줄 수 없다 보니 고민이 깊다"고 했다.
앞서 완주군과 건설사 등으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SPC) 완주테크노밸리㈜는 쿠팡 측에 최종적으로 3.3㎡당 83만5000원을 분양가로 제시했다.
지난해 MOU 체결 당시 논의된 분양가(64만5000원)보다 30%가량 높은 가격이다. 완주테크노밸리 측은 "산단 조성비가 올라가다 보니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 쿠팡 측은 "완주군이 투자 협약상 합의된 토지 분양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다가 일방적으로 협의 없이 (지난 4월) 해당 토지에 대한 일반 분양 공고를 냈다"며 "다른 여러 합의 사항도 이행하지 않아 협약을 추진하기 어려워진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투자 철회 의사를 밝혔다.
완주군 관계자는 "쿠팡 측이 투자 철회 입장을 전한 이후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사업 추진이 완전히 무산됐다고 보지는 않고 여러 측면에서 (재유치)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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