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서 도축한 돼지고기 '제주산'으로 속여 판 업자 항소심서 감형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육지에서 도축한 돼지고기를 제주로 들여와 '제주산'으로 원산지를 허위 표시해 전국 식당과 가공업체에 공급한 축산업자들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광주고법 제주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재신)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A 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와 함께 기소된 B 씨에 대해선 1심 형량인 징역 1년 6개월을 유지하되, 집행유예 기간만 3년에서 2년으로 줄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A·B 씨에 대해 2억 원씩 총 4억 원 추징을 명령했다. 1심에선 각각 6억 5720여만 원 추징을 명령했었다.

A·B 씨는 지난 2020년 2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다른 지역에서 이분도체 형식으로 제주도로 반입한 국내산 돼지고기를 '제주산으로 속여 전국 식당과 가공업체 등에 공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분도체'란 돼지를 도축한 뒤 그 고기를 부위별로 나누지 않고 머리·내장·꼬리 등만 제거한 채 크게 이등분한 것을 말한다.

A 씨 등은 해당 돼지를 제주에서 도축한 것처럼 속이기 위해 이력 번호도 위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A 씨 등이 제주산으로 원산지를 허위 표시한 돼지고기 물량을 1662톤(57억 원 상당)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그 추정 물량을 크게 줄여 추징액도 크게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먹거리 범행의 실질적 피해자는 소비자란 사실을 피고인들은 잘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A 씨 등은 스페인산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켰다는 혐의도 받았지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