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버지 약국 업무 총괄한 50대 1심 유죄→2심 무죄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약사인 아버지를 대신해 5년간 약국을 운영하며 65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5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8일 광주고법 제주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재신)는 약사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58)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약사가 아닌데도 지난 2018년 5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약사인 아버지 명의로 개설한 약국 업무를 총괄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65억 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가 2004년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약국에서 행정업무 등을 하기 시작했고, 아버지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2018년 8월부터는 사실상 약국 관리를 총괄했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A 씨는 2022년 4월 임금 미지급 등으로 자신과 갈등 관계에 있던 직원 집에 찾아가 해당 직원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사직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다 저항에 부딪혀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A 씨는 1심과 2심 법정에서 공동강요미수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부인했다.

A 씨 변호인 측은 "피고인 아버지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은 맞지만 당시에도 약국 운영자는 피고인 아버지였다"며 "피고인은 실질적인 운영 업무가 아닌 은행 관련 업무 등 보조적인 업무만 처리했을 뿐이다. 고객 응대와 약값 계산, 기기 관리, 재고정리 등 행정업무를 하면서 급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공소사실 중 약사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검사 측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 씨가 새로운 약국을 운영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공동강요미수 혐의에 대해선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ksn@news1.kr